“대한민국의 태양광 사업자들을 전부 죽일 셈입니까?”
정부가 태양광발전 보조금(발전차액) 지급 한도용량을 연도별로 제한한다고 발표하자 태양광사업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대회의실에는 100여 명이 넘는 태양광 관련 사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소속인 이들은 이날 개정 고시의 전면 철폐와 함께 정부 방침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국내 태양광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다. 조령모개식 정부 정책에 속병을 앓다가 집단 반발하고 나선 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시장예측 실패 책임을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부아를 돋우고 있다.
한 태양광사업자는 “정부가 1년도 안 돼 고시를 뒤엎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정부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만 믿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 기치를 내세웠던 정부가 ‘예산부족, 공급과잉 우려, 외산제품 국내시장 잠식’을 이유로 태양광사업을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이번 고시개정은 2000여명의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생계를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무책임 행정에 불과하다”며 “정부 정책만 믿고 태양광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들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태양광정책에 대한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태양광발전 업계는 물론 태양전지와 모듈 등 제조·시공 업계 역시 혼란에 빠졌다.
또한 정부의 발전차액을 당장 받지 못하면 은행 대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소규모 생계형 태양광발전 사업을 준비해온 사람들은 투자비를 전부 날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히 물량을 줄인 게 아니라 잔여물량을 가지고 연도별로 배분한 것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당장 빚더미에 앉게 된 이들의 하소연은 도외시한 채 마이동풍(馬耳東風)식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계획을 세워 사업에 뛰어든 국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MB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만 믿고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이들로서는 배신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행 일 년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스스로 정책을 뒤집었다. 신중한 정책 결정과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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