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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나는 '풍운아'들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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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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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 현대차 등 4개 기업 '풍운아'로 꼽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금융위기 속에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보이던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새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도 없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가 꼽힌다. 현대차는 올 초 미국시장에서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은 15일자 최신호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른바 3류 기업들이 호황기에는 꿈도 꾸지 못할 전략으로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며 현대차를 비롯한 4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차, "현찰보단 확신으로 승부"
경제위기가 불어 닥치기 전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의 유일한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현대차의 매출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자동차 구입에 따른 리베이트와 할부금융 혜택도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에게는 힘을 못 썼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곧장 소비 부진의 원인을 찾아 나섰다. 소비자 여론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공포'. 존 크래프칙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매출 급감의 원인은 기존 영업 전략의 잘못보다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고 지난 1월 초 '바이백'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안에 실직하거나 소득을 잃을 경우 차량을 되사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미국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대차는 바이백 프로그램으로 미국시장 매출이 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기준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일년 전 2.8%에서 4.3%로 늘었다.

타임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에게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감성 마케팅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래프칙은 특히 현재까지 6만여명의 소비자가 바이백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반납된 차량은 10대에 불과하다며 향후 바이백 프로그램으로 인한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이서, "'가격파괴'…불황의 흐름을 타라" 
대만의 컴퓨터제조업체 에이서는 가격파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윤을 지키기 불황 이전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 에이서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저가제품 출시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에이서의 수출은 10% 늘었고 5970만 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10.1%에서 11.9%로 늘었다.

반면 제품 단가는 크게 낮아졌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에이서 제품의 평균 단가는 611 달러로 일년 전 855 달러에 비해 28% 감소했다. 에이서는 IDC 조사 결과 가장 경쟁력 있는 PC 가격대인 500 달러선에 컴퓨터를 공급하는 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했다.

JT 왕 에이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그런대로 품질이 괜찮은 PC로 몰리고 있다"며 "제조업체로서는 불편한 이 현실을 에이서는 받아들이고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일례로 지난달 에이서가 선보인 초슬림 노트북은 가격이 699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번 충전에 8시간까지 구동이 가능해 성능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리마크, "싸지만(cheap) 멋스럽게(chic)"
불황기에 의류업계는 보통 파격세일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불황에도 유행은 있는 법. 싼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타임은 아일랜드 중저가 의류업체인 프리마크가 빠르게 변하는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신속하게 내놓으면서 알뜰하게 멋을 내는 '리세션니스타(recessionista)'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리마크는 최소 6주마다 새로운 상품을 매장에 진열했고 신상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도 고급화했다. 그러자 매니아들은 프리마크의 제품들을 프리마니(프리마크+아르마니), 프라다마크(프리마크+프라다)라고 부르며 명품에 버금간다는 극찬을 보내고 있다.

◇필만, "불황에 세를 넓혀라"
독일 안경제조업체인 필만은 지난해 독일에서 1060만개의 안경을 팔아치웠다. 독일 전체에서 팔린 안경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소규모 경쟁사들을 사들여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한 결과로 필만은 독일 안경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필만이 확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지역의 값싼 안경제조업체들과 디자이너 브랜드를 잇따라 매입해 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 53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필만은 올해 30개 등 독일에 모두 150개의 매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필만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지에도 매장을 두고 있지만 독일에만 집중할 셈이다. 불황인 만큼 독일시장을 거점으로 탄탄히 다지고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독일안경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필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7% 증가했고 순익은 1억6300만 달러를 기록해 39%나 늘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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