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4500억불 주고 '15% 車관세' 지킨 韓...최악은 피했지만 부담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25% 관세'라는 악재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관세는 15%로 확정돼 목표였던 12.5%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단기적 무역 불확실성은 해소했다는 평가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제품 수입을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추후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에도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미 통상 협상은 일본·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타결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이들 국가와 마찬가지로 세부 합의 해석을 둘러싸고 양국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도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트럭·농업(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한국 정부는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오늘 발표된 한·미 간 협상의 합의 사항에는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며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 등 한국 농산물이 민감하다는 것을 (미국 측에) 굉장히 집요하게 설명하고 설득해 그 부분은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대미 투자의 수익 배분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며 앞서 일본과 체결한 투자 합의 구조와 유사하다고 시사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2일 일본으로부터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으며 그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으나 한국은 상무장관이 언급하는 데 그쳤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에 대해서 "세부 구조는 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일부 해석의 온도차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기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15% 상호관세 자체가 부담이다. 그간 무관세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15%로 전환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기존 2.5%에서 15%로 상승한 반면 한국은 0%에서 15%로 전환돼 실질적인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2.5배 크다는 점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도 상대적으로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다. 미국은 자동차·철강에 이어 반도체·의약품에 품목별 관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철강에는 이미 50%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 중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FTA를 맺은 국가로서 15% 관세는 사실상 파기와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정부의 대응 전략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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