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영화 '티벳에서의 7년'…환상인가 현실인가

  • 오스트리아 산악인 티베트 탐험 중

  • 달라이 라마와의 우정 그린 영화

  • 티베트 합병 '부정적 묘사' 비판도

  • 中 영화 수입 금지 등 제재하기

티벳에서의 7년 영화 포스터
'티벳에서의 7년' 영화 포스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20일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6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티베트 성도 라싸를 찾았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티베트에 시 주석이 방문한 것은 집권 이래 두 번째로,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티베트 안정과 민족단결, 티베트 불교 순화 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 소식에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1997년작 영화 '티벳에서의 7년'이다.

영화는 오만한 성격의 오스트리아 유명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브래드 피트 분)가 임신한 아내를 두고 나치 독일군 지원을 받아 히말라야 등정을 떠나는 기차에 올라타면서 시작한다. 등정에 실패한 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영국군에 포로로 잡힌 그는 인도의 포로 수용소에서 동료 페터 아우프슈나이터와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히말라야를 넘는 긴 여정 끝에 라싸에 오게 됐지만, 사실상 외부세계와 단절된 이곳에서 둘은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하러는 호기심 많은 어린 14대 달라이 라마와 만나 서양 문물을 소개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그렇게 티베트의 평화롭고 영적인 문화에 차츰 감화해 나간다. 

하지만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를 침공하면서 전쟁과 혼란에 휩싸인 라싸의 평화가 깨지고, 하러는 끝까지 달라이 라마 곁을 지키지만 결국엔 오스트리아의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영화 속 서방인의 눈에 비친 티베트는 ‘평화롭고 신성한 불교왕국’으로 묘사된다. 광활한 히말라야 풍경, 웅장한 포탈라궁, 성스러운 티베트 불교 의식 등 시각적 요소는 신비한 동양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중국군의 침공에 맞닥뜨렸음에도 달라이 라마는 “적이야 말로 위대한 스승이다. 인내와 연민을 깨우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어차피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고, 해결하지 못할 일은 걱정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 

그렇게 낡은 갑옷과 구닥다리 총, 투창, 화살 등으로 무장한 티베트 병사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탱크와 대포와 같은 신식 무기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영화는 말미에 "중국의 티베트 합병으로 100만명의 티베트인이 사망하고, 6000여개 사원이 파괴됐다”고 고발하며 “1959년 인도로 망명한 14대 달라이 라마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인리히 하러는 달라이 라마와 지금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막을 올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도 티베트는 봉건 신분제 사회로 계급 간 불평등이 만연했지만, 영화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아 역사를 미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중국 공산당은 봉건주의 농노 상태의 티베트인을 평화적으로 해방시켰다는 뜻으로 티베트 합병을 ‘평화해방’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를 ‘강제 합병’이라 비난하는 서방의 시각에서 영화는 티베트의 이국적이고 신성한 이미지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합병의 폭력성을 고발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1950년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강제 합병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중국의 '분열주의 분자' 달라이 라마를 긍정적으로 그리며 역사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영화 중국 수입을 금지한 것은 물론, 장 자크 아노 감독과 주인공 브래드 피트 등 주요 출연·제작진의 중국 입국도 제재한 이유다.

 '티벳에서의 7년'과 관련해서도  대체적으로 영화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요소를 지녔으나, 역사적 정확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론이 주를 이룬다.  “티베트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왜곡이 있다”(가디언), “영화가 티베트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감독이 티베트의 현실을 단순화하여 묘사한 점이 아쉽다"(LA타임스) 등과 같은 비판적 시각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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