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종료를 하루 앞두고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경기부양 자금을 공급해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유동성 회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마크 거틀러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FRB의 정책 기조가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출구전략'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거틀러 교수는 과거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함께 학술 논문을 쓰기도 하는 등 버냉키의 시각을 잘 읽는 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FRB는 출구전략 한 걸음 뒤에서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틀러 교수는 FRB가 FOMC회의를 마치고 24일 오후 발표하는 성명에서 금융위기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지만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고 상당 기간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FRB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0~0.25%)으로 낮추고 금융기관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금융권의 현금 보유고가 지나치게 팽창, 향후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거틀러 교수는 그러나 "금융기관의 보유 현금이 늘어난 것은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FRB는 유동성 수요가 줄게 되면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근원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거틀러 교수는 채권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론도 폈다. 장기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미 경제가 향후 몇 년 새 정상화할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상서로운 징조라는 것이다.
경제 컨설팅업체인 MFR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쉬 샤피로도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가 내년 중반까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FRB는 성명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트 칼 스위스리 이코노미스트 또한 "FRB의 성명에는 양적완화정책을 뒤흔들 만한 정보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와 회복세가 너무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FRB가 굳이 관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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