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행사를 앞둔 금융권 경영진이 주가에 따라 울고웃고 있다.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를 밑도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전ㆍ현직 경영진은 행사를 포기하거나 미룰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반대로 외환은행 경영진은 연초 주가가 바닥일 때 스톡옵션을 받아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회사 주가가 미리 정한 행사가를 밑돌면 스톡옵션은 휴지조각과 마찬가지가 된다.
2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ㆍ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006년 주요 임원에게 행사가 4만4000원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에 비해 하나금융 주가는 26일 현재 2만7000원으로 행사가를 무려 38.63%(1만7000원) 밑도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근우ㆍ서정호 전 하나금융 부사장과 조병제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만료기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각각 2만5000주씩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서근우 전 부사장은 이달 30일 만료되고 서정호 전 부사장과 조병제 전 부행장도 각각 내달 4일과 19일까지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주가가 행사가를 40% 가까이 밑돌고 있어 이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현직 경영진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만료기한인 내년 3월까지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김승유 회장은 2006년 스톡옵션 15만2000주를 행사가 4만4400원으로 획득했고 김정태 행장은 2007년 6만주를 4만9900원에 받았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도 주가 하락으로 스톡옵션 행사를 미루고 있다.
라 회장은 2005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모두 31만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평균 행사가는 4만2250원. 이에 비해 신한금융 주가는 26일 현재 3만1450원으로 25.56%(1만800원)나 낮다.
증권가는 하나ㆍ신한금융 전ㆍ현직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창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주가는 작년 10월 금융위기 전보다 낮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져보면 이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하나ㆍ신한금융 주가가 만료기한까지 행사가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넘게 올라야 한다"며 "이는 코스피가 내년까지 3000포인트를 찍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반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스톡옵션 행사로 큰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클레인 행장은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스톡옵션 90만주를 행사가 7300원으로 받았다. 이 가운데 6만주를 반납해 남은 스톡옵션은 84만주.
이에 비해 외환은행 주가는 26일 9790원을 기록해 행사가보다 34.10%(2490원)나 높다. 취임 석 달만에 클레인 행장이 짭짤한 평가이익을 올린 것이다.
클레인 행장과 함께 장명기ㆍ서충석 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 15명이 같은 시기 받은 스톡옵션은 55만주에 달한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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