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성큼 재계 서열을 올려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꿈이 좌절됐다.
일각에서는 인수 기업을 3년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금호가 대우건설을 매각키로 결정한 원인은 ‘재무적 투자자’를 무리하게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타깝지만 고심 끝에 내린 선제적 대응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대우건설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9일 오전. 서울 신문로 1가 금호아시아나 빌딩의 직원들은 ‘안타깝다’며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말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와 함께 줄곧 그룹에 재정적 부담이 됐던 풋백옵션이 어떻게 전개될 지 촉각을 세웠던 직원들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앞날을 전망하며 “재계 서열을 올려가려던 회장님의 꿈이 깨져 아쉬운 감이 있다”며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풋백옵션이란 우발채무)을 제거하고, 시장신뢰를 높이기 위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매각 발표는 불확실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긍정적으로 평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은 별다른 동요가 없는 상태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그룹결정에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며 “현재로서는 결론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불확실성 해결책 제시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사들인 가격은 6조4225억원. 현재의 금융상황에서 시공 능력 1위의 대우건설을 매물러 내놓더라도 제값을 받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될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커다란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건설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열사는 금호산업(18.6%), 금호타이어(5.6%), 금호석유화학(4.5%), 아시아나항공(2.8%), 금호생명(1%) 등이다. 이들의 손실이 그룹 전체의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이 대규모의 손실을 떠안을 경우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마지막까지 대우건설 매각을 주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사실 대우건설 풋백옵션으로 그룹에 불황실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그룹 자체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매각 발표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시 얻은 ‘빚’이 발목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국내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일약 재계 서열 11위에서 8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대한통운까지 인수해 9위와의 격차를 벌렸다.
인수 당시 가격은 대우건설이 6조4000억원, 대한통운이 4조1000억원 가량. 이처럼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인수하면서 얻은 ‘빚’이 앞길을 막았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인 18개 금융기관에서 인수자금 3조원 정도를 빌렸다. 그리고 담보로 3년 뒤 주당 3만15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기준가격을 웃돌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대우건설 주가는 한때 600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1만원대로 회복은 됐지만 옵션 행사가격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금융비용 부담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 이유로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도 발목이 잡혔다.
금호아시아나는 제3의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3년 동안 안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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