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박스권에 머무는 증시에서는 시중자금이 유출되는 반면 주택거래량과 매매가격 등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증시가 투자자금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거래 등이 살아나면 막대한 부동자금이 일시에 부동산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을 꺼내 들기에는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경우 새로운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
◇ 증시, 돈이 빠진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기성 투자자금인 고객예탁금 증가액은 3월 이후 빠르게 줄면서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월중 증가 규모가 3월 2조6천417억원에서 4월 1조3천31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5월 2천989억원에 그친데 이어 6월에는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1조8천466억원이 급감했다.
일별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 15일 16조472억원에서 지난 3일 현재 12조8천424억원으로 두달여 동안 약 3조2천억원이 줄었다.
대표적인 단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빠르게 줄었다. MMF에서는 6월 중 무려 12조6천772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서는 월중 최대 감소폭이다.
국내 및 해외주식형 펀드의 계좌수도 4월 17만7천436개, 5월 15만8천324개가 각각 줄어드는 등 횡보 장세와 맞물려 감소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국내증시는 극심한 거래 가뭄을 겪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4월 7억3천170만주, 5월 7억1천309만주에서 지난달 4억9천798만주로 뚝 떨어졌다. 지난 3일 거래량은 3억9천738만주로 2월3일(3억4천760만주) 이후 4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4월과 5월에는 7조7천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에는 5조4천461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증시에서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답답한 횡보 장세가 지속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지난달 25일 약 5천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지난 3일까지 7거래일 중 6거래일간 '팔자'로 일관하며 모두 1조3천692억원을 순매도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개별주나 테마주 위주로 직접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이 두 달 넘게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서 횡보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윳돈, 부동산으로 몰린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급증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과 농협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2조2천394억원이 급증했다.
전월(1조7천32억원)보다 5천392억원(32%)이 많은 규모고 1월(5천385억원)과 비교하면 4배로 늘었다.
금융감독원도 18개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월평균 3조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에는 3조 원 중반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택구입이 목적인 비중은 1월 46%에서 5월 55%로 급상승했다. 생활자금 마련이 아닌, 주택구입이 목적이라면 개인의 여윳돈도 상당액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시중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간다는 의미다.
국토해양부의 집계 결과, 서울시내 아파트 거래량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월 4천495건에 그쳤으나 2월 6천361건, 3월 7천833건, 4월 9천911건으로 증가하면서 5월에는 1만건을 넘어섰다.
6월에는 거래량이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각 중개업소를 설문해 작성한 서울지역의 '매매거래 활발지수'는 6월 마지막주 21.7로 작년 4월 셋째주(25.4) 이후로 가장 높았다.
고혜진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원은 "작년 4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3구에서 거래가 늘어난 이후로는 가장 활발한 분위기"라며 "특히 4월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매매가격으로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 특정지역의 집값을 띄우고 있다.
◇ 최악의 조합…"부동산버블 부작용 우려"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증시와 부동산이 어느 정도는 별도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최근 몇 달간 흐름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증시 부진, 부동산 호황'이라는 조합은 부동자금의 쏠림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당국으로서는 자산버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추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 등 유동성 흡수책을 단행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자산버블은 '지속적인 경기부양'이라는 정책 스탠스를 흩트려버릴 수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교하게 부동산시장만을 표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와 같은 경제여건에서 부동산이 경기 회복보다 너무 빠르게 급등하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은 자금시장의 선순환을 저해할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증권시장을 통해 기업 부문으로 유동성이 흘러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물 경기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당국이 부동산시장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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