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아 옛날이여~...경기침체 '세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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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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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비즈니스위크, 가격할인 브랜드 이미지 손상 매출 악영향 '부메랑'우려

경기침체 여파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명품업계에도 할인경쟁이라는 칼바람이 일고 있다. 명품업체들은 그러나 일반 소매업체들처럼 드러내놓고 가격 파괴에 나설 수도 없다. 가격 할인이 자칫 '할인은 없다'는 기존 가격 정책과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8월 3일자 최신호에서 티파니를 비롯해 샤넬, 끌로에 등 세계적인 명품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조심스럽게 할인 판매를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할인 판매도 결국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켜 매출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석 전문 브랜드 티파니는 지난해 인기 상품 중 하나인 약혼반지의 가격을 10% 가량 낮췄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영업사원들이 특정 고객들을 상대로 가격 할인 사실을 알린 것 외에 티파니는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월스키 티파니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포기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명품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이미지는 유지하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업체들의 대응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티파니처럼 은밀하게 가격 할인에 나서고 있는 업체들은 할인 판매와 관련한 광고는 배제한 채 이메일을 통해 특정 고객에게 가격 할인 소식을 알리고 있다.

또 다른 업체들은 재고 처분이라는 명분 아래 대놓고 공격적인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의 명품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넘치는 재고로 위기에 직면한 삭스피프스애비뉴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7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 판매를 단행했다. 스티븐 새도브 삭스피프스애비뉴 CEO는 "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할인 판매로 넘치는 재고를 청산했지만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품업체들이 어떤 방법으로 할인 판매에 나서느냐와 무관하게 명품시장 전망은 갈수록 비관적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이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다른 전문가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이들은 샤넬에서 끌로에에 이르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제품 가격을 더욱 더 낮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매출 증진을 위해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자넷 호프만 액센추어 소매 부문 글로벌 이사는 "불황이라고 해서 가격을 낮추면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혀 매출에 역효과를 가져온다"며 "가격 할인에 따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일 년 안에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가 꼭 지난해 금융위기로 불거진 경기침체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번 호 머릿기사에서 사상 최대의 소비 규모를 자랑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며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 미국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79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비 절감으로 지난 1965년 이래 평균 3.2%를 유지했던 미국 경제 성장률이 향후 30년간 평균 2.4%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2년생)의 은퇴는 명품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명품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시장 판매량만 봐도 그렇다.

지난 1986년 베이비부머 세대가 40세에 접어들었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는 모두 9만9000대의 벤츠가 팔렸다. 또 이들이 60세에 접어든 지난 2006년에는 전 세계 판매량의 20%인 25만대가 미국시장에서 소비됐다. 하지만 올해 벤츠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2006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벤츠 북미시장조사 부문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 스테인버그는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시장에서 은퇴한 데 따라 급감한 매출이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리를 꿰찬 X세대(1964~1980년생)나 Y세대(1981~1994년생)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어느 정도 사회에 진출한 X세대는 그 수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3분의 2에 불과할 뿐 더러 베이비부머의 노후를 위해 들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커 소비 여력이 제한적이다. 14%의 실업률을 '자랑'하고 있는 Y세대는 X세대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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