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안정과 각종 경제지표의 개선에 힘입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방 기업들은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을 내놨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방 소재 500개, 수도권 소재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지방경기 및 경영여건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 소재 기업의 60.7%가 '경기 회복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수도권 소재 기업은 지방 기업의 절반 수준인 30.7%만이 '경기회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방 기업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79.7%로, 수도권 소재 기업의 가동률(87.3%)에 비해 7.6% 포인트 낮다.
인천 남동공업단지에서 핸드폰 시험장비 생산업체를 운영 중인 김 모(43세)사장은 "경기가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는 일부 수도권 기업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라며 "지난달부터 주문량은 제로(0) 상태라 하반기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생산업체의 김일환 사장 역시 "경기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실상을 내다보면 지방 소재의 중소기업들은 상반기 마지막 주문을 처리하고 있어 바쁘게 보이는 것일 뿐 먹고 살 걱정을 하는 기업인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규 투자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이 조사한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6.5%로 전달에 비해 3.6% 포인트 상승했지만, 외환위기 이전인 77.3%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6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자료에서도 6월 전국 산단의 가동률은 전달보다 3.1%포인트 오른 81.9%를 기록했지만, 작년 8월을 기점으로 85% 미만을 밑돌고 있다.
지방 소재기업은 해당 지역내 가장 위축된 경제활동 부문에 대해 '신규투자'(31.9%)를 1순위로 꼽았다. 뒤이어 생산활동(22.4%), 자금시장(15.9%), 고용(11.7%), 소비활동(9.2%)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지방 소재기업은 수도권 지역의 경영여건을 100%로 봤을 때 자사 소재지의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65.6% 수준으로 평가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교육과 문화시설 등 정주여건(61.2%)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소비시장 규모(62.3%), 인력수급(64.5%), 자금조달(68.7%), 물류 기반시설(71.4%) 순으로 조사됐다.
농협연구소는 최근 '경기흐름 전망과 향후 진단' 보고서를 통해 "부진한 생산과 70%대 수준의 낮은 가동률, 불확실한 경기전망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 시기는 내년 3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방 기업의 67.2%가 올해 하반기 경영활동 방향을 '성장'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김태연 대한상공회의소 지역경제팀장은 "지방 소재기업은 경기 회복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부진과 유가상승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하반기에 무리한 성장보다는 향후 투자계획을 점검하고 경영안정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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