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가계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층 대출을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31일 금융당국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등록 대부업체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BS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 후 증권으로 발행해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ABS 발행 등으로 대출 여력을 확대하면 서민 가계에 대한 자금 지원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9월 중 세부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ABS의 기초자산이 되는 대출채권 중 금리가 30% 미만인 대출이 50%를 초과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은행이 대부업체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대출금리를 낮춰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라는 주문이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국장은 "자금 조달 창구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며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조달금리도 낮아지는 만큼 수익성은 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정 이자율이 49%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최소 19% 이상 낮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조달금리 인하폭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폭이 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ABS 발행을 통한 조달금리가 7.5%에 수수료 비용을 감안하면 전체 조달금리는 10% 수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조달금리 13%보다 3% 가량 떨어지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금리는 소폭 인하되는데 대출금리를 20% 가까이 낮추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ABS 발행 능력을 갖춘 곳은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원캐싱, 웰컴크레디트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며 "외부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대부업체 ABS가 제대로 유통될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계가 ABS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신용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민 지원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저신용층의 자금줄을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 대부업체들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이들 업체가 발행하는 ABS는 안정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공급을 확대하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최하위 신용등급을 가진 저신용층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대부업체가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은행계 연구기관 관계자는 "저신용층에 대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연체율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저신용층 상층부를 구제하는 방안으로 최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책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고득관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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