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변칙적 퇴직연금신탁계약 운용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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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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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상명대 교수
퇴직금제도에서는 기업이 퇴직급여적립금을 사외에 적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업 파산시 근로자가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는데,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퇴직급여적립금을 의무적으로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한다.

기업과 금융기관간의 퇴직연금계약은 신탁계약 또는 보험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되면서 신탁계약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특정한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하고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의미한다.

신탁자는 수탁자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의존하게 되며, 반대로 수탁자는 전적으로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충실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 같은 신탁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신탁법에서는 수탁자에게 신탁자와의 이익충돌회피의무, 신탁이익의 향유금지의무 등 적지 않은 의무를 지우고 있다.

같은 이유로 신탁법은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 또는 다른 신탁재산과 구별하여 관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신탁계약으로 이루어지는 퇴직연금계약에서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즉, 수탁자인 은행이 퇴직연금적립금을 자신의 예금상품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자행예금이고 일컫는데, 명백히 신탁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신탁자산이 예금으로써 은행의 고유자산과 섞이게 될 경우 수탁자인 은행이 신탁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더욱이 신탁이익을 향유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근로자 수급권보호라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증권회사에게 신탁업으로써 퇴직연금사업을 허용한 것에 은행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신탁업은 은행의 고유업무로 인식되어왔다. 하여튼 자행예금 구도아래 주로 원리금보장형인 퇴직연금상품의 금리가 지점에서 유연하게 결정되면서 은행의 퇴직연금사업은 상대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현재 9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적립금의 절반이 은행에서 운용관리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독보적 행보가 계속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될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의 누적 규모는 8조2597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6122억원 대비 24.9% 증가했다.

2005년 퇴직연금 도입 당시 보험권이 선두를 차지했지만 은행권이 압도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변칙적인 퇴직연금신탁계약의 자행예금 허용은 철회되어야 한다.

신탁계약의 정신에도 어긋날뿐더러 현실적으로 신탁자산이 은행의 고유자산과 섞여 있을 경우 파산시 근로자의 수급권이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스스로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탁계약의 자행예금이 금지되어야 한다면, 같은 이유로 보험계약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근로자 수급권보호가 이루어지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퇴직연금이 보험계약으로 이루어질 때 퇴직연금적립금은 보험회사의 특별계정으로 관리되는데, 특별계정은 신탁과 달리 보험사의 고유자산으로 분류되어 파산시 보호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근로자 노후소득보장의 여부가 걸린 만큼 퇴직연금제도개선에는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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