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자국 건조주의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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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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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자국 건조주의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자국 건조주의는 자국의 자원 및 물류를 수송하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하는 일종의 산업보호 정책으로, 최근 중국·브라질 등 신흥경제국들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수주가 해외서 이뤄지는 국내 조선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자국 건조주의가 국내 조선사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선ㆍ해운시장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10월 1일 기준)은 5546만CGT(표준화물선 환산t수)로 집계됐으며, 전체 수주잔량 점유율은 34.2%로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중국의 수주잔량 점유율은 33.7%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의 격차는 0.5%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4~5%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던 한국과 중국의 수주잔량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신규 발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금융지원 정책에 힘입은 중국 선사들이 자국 조선사들에 선박을 대규모로 몰아주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선사들의 전체 발주 물량 가운데 80%정도를 자국 조선소들에 발주할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브라질 역시 자국 건조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FPSO) 8척 선박부분에 해당하는 헐(Hull)의 최종 낙찰자로 자국 업체인 'Engevix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기술력에 훨씬 앞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지만 자국 건주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수주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 세계 해운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에 처하자 각국 정부들이 지원에 나서면서, 정부의 입김이 커지는 것도 자국 건조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예산심의회를 열고 자국 최대선사인 하팍로이드 지원을 결정하며, 심의회의는 한국 조선소에 건조중인 컨테이너선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 "기술로 극복한다"

이에 대해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건조 경험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드릴십(심해 원유시추선), FPSO 등 고부가가가치 선박 부분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29척(66%)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 11척, 현대중공업 3척, STX조선 1척을 각각 수주해 44척 전부를 국내 조선소들이 싹쓸이 했다.

또한 자국 건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현지 조선소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브라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TX조선도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소를 완공하며, 중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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