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의 단기화, 보수화’. 올해 4월 싱가폴에서 개최됐던 한 WM(Wealth Management)세미나에서 주요 프라이빗뱅커들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투자경향을 이와 같이 정의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주요주식시장은 작년 금융위기의 한가운데로부터 상당부분 회복되어 연초이후 각각 MSCI 선진국지수가 26%, MSCI 이머징마켓지수가 70% 상승하는 등 주식시장만 놓고 본다면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자금의 흐름은 어떠한가? 평상시 같으면 당연히 예금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을 법하지만 오히려 2009년 3월에서 8월말까지 37조의 예금이 증가하였다. 투자자금의 단기화, 보수화의 경향성이 주식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옛말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의 자금 흐름을 보면 금융위기를 겪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충격에 대한 잔상이 아직도 투자경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 이후의 투자기회는 평상시보다 훨씬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포착하는 소수(Contrarian)만이 과실을 향유하는 것이 반복되어 왔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효율적 시장이론이 자산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자산시장인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기는커녕 없던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하여 가격이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막연한 불안함과 자산가격 형성에서 나타나는 비이성적 변동성으로부터 급여생활자의 자산형성을 지켜 줄 수 있는 가장 합리적 대안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에 장기적으로 분할투자하되 세금혜택을 활용하라’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줄여서 ‘국내 및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세제혜택 적립식펀드’를 찾아 연말까지 가입하는 것이 좋다.
내년부터 없어지는 장기주식형 비과세펀드는 가입시점부터 3년동안 불입금액(분기당 300만원한도)의 각 20%, 10%, 5%씩을 연도별 소득공제해 주고 발생한 이자, 배당소득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18세 이상으로서 무주택자 또는 3억이하 국민주택규모 이하 한채만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경우 장기주택마련 펀드도 좋은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납입액의 40%이내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혜택이 있고 특히, 내년부터 폐지되는 해외펀드 비과세혜택을 장기주택마련 BRICS펀드에 투자할 경우 만기까지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요건을 갖춘 투자자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개인연금상품도 소득공제혜택의 대표적 상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데 연도별 납입액의 100% ,연300만원 한도내에서 소득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주식과 채권비율을 조절한 연령별 펀드상품이 있으므로 선택하여 가입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상품들을 잘 조합하면 훌륭한 급여생활자의 절세 펀드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주식형 비과세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30대에는 주택마련 펀드 비중을 40대 이후에는 개인연금 비중을 높여가는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연령별 목적에 맞게 자금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전 고점인 2007년 10월부터 매월 10만원씩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2호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2009년 10월23일 기준 13.08%의 수익이 발생한 반면 같은 시기 연 5%의 고정금리로 정기적금을 가입한 경우 세후 수익률은 4.8%로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투자심리를 이겨내는 적립식투자의 힘이 잘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세제혜택이 더해진 상품을 잘 찾아 투자한다면 급여생활자의 똑똑한 투자노하우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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