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총 4912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물량을 전량 매입키로 하면서 GM대우는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GM대우의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미미해 향후 또 다시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M대우는 증자액 전액을 만기 채무 상환 하는 등 기업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지만 이는 단기 유동성 해소에 그친다. 향후 신차 개발비나 장기적 유동성 확보 문제를 해소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GM대우의 유동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GM대우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민유성 행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GM은 지난해 선물환 거래 손실과 판매 급감으로 875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고, 산은에 1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산은은 이번 유상증자로도 GM대우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25일 “이번 증자 참여는 GM이 GM대우를 매우 아끼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 정도 자금으로는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GM이 유증에 참여하긴 했지만 당초 산은이 요구한 1조원의 자금지원에 못 미칠 뿐더러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은 ▲GM의 유상증자 참여 확대 ▲GM대우에 일부 라이센스 이전 ▲향후 5년간 생산물량 보장 ▲산은에 공동 최고 재무 관리자(CFO) 도입 등을 요구했었다.
또 하나 걸림돌은 27일로 예정된 GM의 유상증자 물량 매입에 대한 대금 납입이다. GM이 총 4912억에 달하는 GM대우의 유상증자 물량을 전액 매입하기로 했지만, GM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최종 대금 납입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25일 “GM이 (이번 유상증자 매입) 자금과 관련해 ‘글로벌 리소싱(global resourcing)’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GM이 유상증자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것 외에 다른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라며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한편 현재 GM대우의 채권은행 여신은 1조37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산은이 보유한 여신은 약 93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1258억원의 대출을 이미 회수했다. 앞으로도 월 1000억원 가량의 대출과 매월 3억 달러씩 만기가 도래하는 선물환(50억 달러) 계약도 연장하지 않고 곧바로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GM대우는 내년 이후 잇따라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상환할 수 있는 자금과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이를 들어 업계 안팎에서는 GM대우가 이번 유상증자로 급한 대로 유동성 위기를 면했지만 신차 개발에 드는 막대한 연구·개발(R&D)비 등 장기 성장을 위한 재무상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기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성장 기반인 신차 개발도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또 다시 GM대우의 성장 동력 상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닉 라일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GM의 글로벌 사업 영역에서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크게 인정한 사례”라며 “필요하다면 장기적 차원에서 자금 상황과 관련한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아주경제= 김훈기·이정화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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