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明瞭)하지 않은 채 부유(浮游)하는 현대인에게 이호진 작품전-향연(FEAST)
실험적이고 다양한 색을 지닌 작가 이호진의 개인전 ‘향연(FEAST)’이 갤러리조선 소격동시대 기념으로 25일까지 열린다.
이호진은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이미지를 통해 도시적 삶의 성찰을 다루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어김없이 스스로 관찰하고 경험한 도시 속의 인간을 주제삼아 회화로 나타냈다. 그러나 복잡하면서 알 수 없는 반추상적 표현을 통해 이미지와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보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기 위해서다. 이호진이 선호하는 접근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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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作 <0908 을지로 216x138cm, mixed media on paper,2009> | ||
‘0908 을지로’는 한 여름의 좁은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건물사이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그들만의 축제(향연)를 열고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 여름의 오후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면 중에서 작가는 ‘을지로’라는 공간에 주목했다.
을지로는 주거지이면서 상업지역이고, 소상공인과 기업가들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행인과 노점상이 무질서하게 교차하는 특수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 ‘을지로’와 그 공간에 있는 현대인의 이중적이며 무질서한 모습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호진은 도시를 단순히 건축의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어느 한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실존을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명확하지 않은 작품의 시점과 그 위를 떠도는 것 같은 붓질의 흐름이 그러한 느낌을 더욱 살렸다.
그림을 감상하면, 가까이에서 잘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가 조금 뒤로 물러서면 잘 드러난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사진 이미지의 외곽선을 겹치고 흔든 후 드로잉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우고 이미지를 삽입하는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대상의 존재감을 불확실하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현대인은 자신들이 존재하는 공간의 질서와 논리에 순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존재하는 공간은 무질서의 세계며, 정작 현대인은 공간에 정착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상실한 채 부유(浮游)하고 있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믿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 이번 이호진 작품전은 현대인에게 주변의 현상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의 02-723-7133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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