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러·원 환율의 1000원대 진입 가능성에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지속 여부와 미국의 금리인상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인 가운데 환율 1000원대 진입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5원 하락한 1154.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단기적으로 뉴욕증시와 외환시장의 연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날 환율이 하락한 것도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상승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추세속에 환율 하락은 제한될 수 있으며 내년 외환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의 지속 여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지원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외환시장의 변수는 달러 약세의 강도"라면서 "상반기 환율이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유현정 씨티은행 팀장은 "글로벌 달러 동향이 환율 움직임의 키가 될 것"이라면서 "수급을 감안할 때 일정 방향으로 쏠리지는 않겠지만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의 1000원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 팀장은 "올해 연말 환율 저점은 1120원대가 되겠지만 내년에는 1000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1년 사이 환율이 세자릿수의 변동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50원이 추가 하락할 것인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도 "내년 1000원대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달러 약세가 상당히 지속된데다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들이 자국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달러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용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이사는 "환율의 1000원대 진입 가능성은 낮다"면서 "내년 환율이 13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만으로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를 확신할 수만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진다면 환율 하락 압력이 클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내년 환율은 1150원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점쳤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회복 기대감이 약화되고 물가압력이 줄어들면서 FRB의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후반 또는 내후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
금리인상 기대감이 대두되고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달러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달러의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박사는 "FRB의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내년 상반기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경제가 금리를 인상할 만큼 회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유현정 팀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FRB가 내년 하반기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약세는 완화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상원 메리츠종금 팀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FRB의 금리인상은 힘들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경제는 재정확대에 따른 약기운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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