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연수구 옥련동 송도 석산에 '일랑' 이종상(72·예술원 회원·서울대 명예교수) 화백의 미술관을 지으려 하자 인천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이에 반발,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랑 미술관 건립 배경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송도 석산에 '석산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지난 8월 이종상 화백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화백이 자신의 작품 1300여점과 각종 미술사 자료, 벽화 원화와 수석 등 모두 1만5000점을 시에 기증하고, 시는 500억여 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미술관은 총 개발 면적 13만9462㎡의 송도 석산에 3300~4500㎡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는 미술관을 벽화 테마 미술관으로 지어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전제로 이 화백의 소장 작품 및 자료를 기증받고, 기증 작품의 체계적 보존·활용 및 미술관 위탁운영을 위해 이 교수의 호(일랑)를 딴 재단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이다.
이 화백은 5000원 권 화폐의 율곡 이이 영정과 지난 6월부터 통용되고 있는 5만 원 권 화폐의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다.
◇문화예술계의 반발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랑 미술관 건립을 막기 위해 한국미술협회 인천시지회 등 15개 단체가 '인천시립일랑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인천문화예술단체 연대(이하 연대)'를 구성,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대는 "인천시가 지역사회와의 이렇다 할 상의나 공론화를 통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 없이 인천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랑 이종상 화백의 개인 미술관을 시민 혈세를 들여 세워주고 운영까지 맡기기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상수 시장은 일랑 미술관에 반대하는 지역 미술인들의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미술관 건립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일랑 미술관이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를 위한 미술관이라기보다 특정 개인 작가를 위한 미술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연대는 미술관 추진 과정, 이종상 화백의 예술성과 자격을 인정한 근거 등 7개 항에 대한 답변을 인천시에 요구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엇갈리는 반응
시는 앞으로 시립미술관을 여러 곳에 지을 예정이며, 일랑 미술관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일랑 미술관 백지화 주장에 내심 섭섭함을 감추지 몫하고 있는 시는 본질을 벗어난 확대 해석으로 자체분석하는 분위기다.
시는 특히 인천출신 서예가인 겸여 유희강 선생의 미술관도 검토 중이지만 작품 기증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들며 우회적으로 항변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랑 이종상 교수와 같이 대량으로 작품을 기증할 미술인이 인천에는 없다"며 "훌륭한 작가가 인천을 위해 기증을 하고 나서는데 지역 예술계가 이렇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는 고구려 벽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계에 기여한 이 화백의 업적을 강조하고 있어, '일랑 미술관 건립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한경일 기자 wow@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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