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내 독점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 10일 만에 10만대가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덕분에 KT는 '아이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T는 그동안 SK텔레콤에 밀렸던 번호이동 시장에서 아이폰의 인기에 힘입어 이달 초부터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이폰을 요금제를 포함한 의무약정 조건으로 판매하고 있어 해지시 수십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2년 이상 가입자 묶어두기 효과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아이폰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이폰 공세에 자극을 받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SK텔레콤, LG텔레콤 등 이통사들도 스마트폰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의 인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졸업 입학 특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아이폰 효과가 계속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돌풍으로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KT가 고민에 빠졌다.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아이폰의 공세가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자칫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단기적으로 아이폰의 인기로 가입자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악화로 인해 가입자 확보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 기반을 유지·확대하는데 특화폰, 인기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삼성전자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KT는 아이폰의 돌풍에 마냥 즐거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스카이) 등은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에 특화모델을 밀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인기폰 확보가 절실한 KT가 외산폰인 아이폰으로 재미를 보면 볼수록 국내 제조업체들의 단말기 차별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삼성전자와 밀월 관계를 맺었고 아이폰 도입도 포기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전략적인 협력을 맺어 옴니아 시리즈의 첫 모델인 T옴니아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이폰을 겨냥해 5종의 스마트폰인 '옴니아 패밀리'를 이통 3사에 골고루 출시했다. SK텔레콤에는 T옴니아2, KT에는 쇼옴니아, LG텔레콤에는 오즈옴니아 등이다.
KT향으로 출시한 쇼옴니아는 3W(WiBro+WiFi+WCDMA) 기능을 탑재해 유무선 컨버전스(FMC)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쇼옴니아는 아이폰의 인기에 밀려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 패밀리 중 쇼옴니아 제품에는 옴니아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고 모델명(SCH-M8400)만 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아이폰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KT는 앞으로 아이폰 차기 모델,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등 외산폰 도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삼성전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형편이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