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 결제 고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조항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폐지해야 한다는 쪽은 상거래 투명성 확보의 취지를 이미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고객의 불편이 늘어나기 때문에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3일 카드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한 여전법 19조 1항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측과 의견 대립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2일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여전법 19조 1항의 폐지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금융위가 이견을 나타냈다.
여전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 결제의 허용 여부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 정하지 말고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면 카드사가 갑, 가맹점이 을의 지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서도 이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은 "이 조항은 상거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것인데 지금은 현금 영수증이 있기 때문에 굳이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처벌조항까지 둘 이유가 없다"며 "가맹점에서 매출이 줄어도 카드를 안 받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다보니 카드사가 가맹점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되고 이런 관계에서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수수료율이 책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 조항은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약관에 들어있는 내용인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법으로 명시해두고 있다"며 "세수 문제를 우려하는데 국세청의 편의를 위해 이 조항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소비자들도 카드 결제의 편의성에 대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카드 사용 의무화 조항을 폐지할 단계가 아니며, 이 조항이 폐지되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이제 신용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조항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전자상가 등 카드를 거부하는 곳도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거래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항 폐지 논의가 소비자의 입장은 없고 가맹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카드 결제 거부가 합법화되면 식당에 갈 때도 카드 결제가 되냐고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결제 의무화 조항을 폐지하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늘어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법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시행령에 1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하자는 절충적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가맹점의 협상력 증대를 위해서도 조항 폐지가 맞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카드 회원들이 체감하는 불편함이나 세수 문제를 따져볼 때 1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에서만 시범적으로 카드 결제 의무화 조항을 배제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원점으로 돌아갈지 확대 실시할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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