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첫 수출 성공의 밑바탕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 빠른 세일즈외교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 1박2일간의 올해 마지막 순방일정에 돌입하면서 원전 수출을 막판 지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공항에서 영접 나온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와 35분간 환담하면서 “동아시아의 허브로서 한국과, 중동의 허브로서 아부다비가 힘을 합치면 교육, 문화,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적교류가 활발해지고 양국발전에 기대하지 못한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서 27일 이 대통령은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전 컨소시엄의 UAE 원전 수주 문제를 포함한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의 원전 수주 지원외교는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UAE 원전 수주가 사실상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 즈음 이 대통령은 이번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UAE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大) 산유국이지만 원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수십 년 뒤 포스트 오일(post oil)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하며 그 인프라, 즉 원자력과 첨단 정보통신, 인력양성의 상생협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양국 정부가 이번 원전 프로젝트 협상을 계기로 그간의 자원 중심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형제국과 같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지난달 이후 6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설득 노력을 펴면서 한국의 열세였던 수주전의 양상은 중립, 그리고 우세 쪽으로 점점 바뀌어갔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과 UAE간 정부 차원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6월 UAE를 방문, UAE 정부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지난달 중순 다시 UAE로 서둘러 파견했다.
이 대통령은 UAE에 방문 계획을 타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UAE로부터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성의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26일 아부다비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와 면담했다. 이 대통령 역시 27일 모하메드 왕세자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탄소배출 제로(0)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예정에 없이 방문, 화답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리가 선도적인 녹색성장의 세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중대한 모멘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파격 예우를 받았다. 당초 이 대통령의 숙소는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7층으로 돼 있었지만, 예우 차원에서 왕족 소유의 ‘영빈관’인 8층을 제공하고, 7층도 참모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홍보수석은 “아랍 형제국들에만 빌려주는 8층을 내준 것은 파격으로 형제국 대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는 40여 분간 이뤄진 공항 회동에서 양국이 '형제국'이란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형제국이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모하메드 왕세자는 “우리는 형제국이다. 양국 교류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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