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캐피탈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자동차 할부 금융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은행 모두가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 시중은행은 금리 자체가 캐피탈사보다 2% 가량 낮고 근저당 설정비, 취급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캐피탈사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자동차 할부 시장에 은행까지 가세한다면 각 금융업권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니 은행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라.' 이런 초라한 항의가 여신협회의 입장이다.
사실 캐피탈사들은 지금껏 너무 쉽게 장사를 해왔다.
바로 '캡티브 시장'이라는 것 때문이다. 캐피탈업체는 유통망 자체를 장악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영업사원이 할부 상품을 팔아주는 구조다. 가격을 안내할 때 '현금으로 사면 얼마, 24개월 할부로 사면 얼마'라는 식이다.
할부 금리도 완성차 메이커의 가격 정책과 연동돼 결정된다. 무이자 행사 등으로 인한 손실은 완성차업체에서 보전해준다.
결국 신차 할부 시장은 경쟁이 없었다. 망하기가 더 힘든 구조다.
이러다 보니 캐피탈사의 차 할부 금융은 발전이 더뎠다.
신상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차종별, 할부기간별 금리만 매달 바뀔 뿐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업계를 통틀어 아예 없다. 고시된 금리는 고객 신용도와 무관하게 일괄 적용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캐피탈사가 은행권과의 대결에서 결국 승리한다면 그것은 고객이 예상보다 덜 똑똑하기 때문일 것이다.
캐피탈사들은 은행권의 진입을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각 캐피탈사들과 캐피탈업계의 경쟁력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조달금리의 현실적인 격차를 생각할 때 캐피탈사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쉬워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 금융의 오랜 노하우를 통한 훨씬 더 나은 서비스와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본다.
고객에게 누가 더 큰 만족을 주느냐를 놓고 제대로 된 업권간 경쟁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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