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북중 정상회담 잇따라 개최
中, '전략적 모호성' 주목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일 방중을 계기로 중국을 상대로 한 남과 북의 '천안함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대응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긴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한이 제각기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지난달 30일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이다. 이는 천안함 사건 대응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해보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에 사전에 알리겠다"며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주문하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즉각 긍정적인 시그널로 평가됐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상당수는 중국의 협조 가능성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 가능성과 6자회담 복귀선언 여부를 묻자 "중국이 지금 김 위원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ㆍ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3일 만에 김 위원장이 전격 방중길에 오르면서 상황이 우리 당국자들의 기대와 관측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이 현 시점을 방중 시기로 택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안함 문제가 결정적 동기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 만나 천안함 사건이 '날조된 사건'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중국의 숙원사항인 6자회담 복귀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중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바꿔 말해 중국이 전략적 고려에 따라 그의 방중을 수용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이 한편으로는 우리측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긍정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혐의선상'에 오른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을 수용함으로써 '전통적 혈맹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6자회담 재개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경우 국제사회의 공조틀이 흔들리고 우리 정부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고위소식통은 "중국이 지금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원인조사 결과가 공개적으로 나올 경우 중국으로서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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