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왕이 되고픈 '막장' 설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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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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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기주 기자) "사람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서 보험설계사가 됐습니다. 보험을 판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 신뢰를 판다고 생각했죠."

매년 이맘때쯤 각 보험사의 '보험왕' 시상식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수상 소감이다. 보헙업계 설계사 25만여명 가운데 보험왕 자리에 오르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다.

보험왕에 등극하면 두둑한 상금과 함께 해외여행 등의 특전이 제공되고 '몸값'도 덩달아 높아진다. 보험왕이 '보험설계사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보험왕에 대한 인식이 전같지 않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보험왕이 되거나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연루된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H보험사 보험설계사 K씨(당시 경남 김해지점 근무)는 지난해 8월 고객 보험료 약 800만원(23건)을 횡령해 도주했다.

성실한 태도와 조리 있는 언변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던 K씨는 연간 2억원 이상의 월납 초회보험료 매출을 올리며 2007년 연도대상(보험왕)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양생명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한 설계사가 고객에게 출시되지도 않은 보험상품을 권유, 거액을 받은 뒤 여러 개의 보험에 나눠 가입하는 수법으로 '보험왕'에 등극했다. 수천만원의 수당도 챙겼다.

업계에서는 A보험사 보험왕의 '먹튀 사건'도 자주 회자된다.

지난해 3월 A보험사의 설계사가 고객동의서를 위조해 명의를 변경한 뒤 보험을 해약, 보험금을 빼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보험사 영업소는 고객에게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위조된 서류만 보고 돈을 내줬다.

이처럼 보험왕 경력을 악용하는 사기 행각이 끊이지 않자, 보험사들은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 사기 혐의로 적발되는 전현직 설계사가 매년 200여명에 달한다"면서도 "보험왕 선발 시 설계사 개인의 도덕성까지 일일이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왕 선발 제도'가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전직 보험설계사는 "보험왕이 되기 위해 영업비를 과다 지출하거나 고객정보를 도용해 허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보험사들이 보험 사기로 적발된 설계사를 처벌하기보다는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사고를 은폐하는 데 급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2kij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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