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한국 기업을 뛰어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경기침체로 허우적대던 일본 가전업체들이 기사회생하자마자 전열 다지기에 나섰다. 비용 절감과 중국 수요에 힘입어 수익성은 되찾았지만 멍하니 있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한국 기업은 벤치마킹 대상이자 새로운 '극복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일본 도쿄대 사카무라 켄(坂村健) 교수는 13일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일본 가전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삼성전자와 IBM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기업이 신흥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산업과 고용문제, 문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현지에서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 세계 1위로 도약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사카무라 교수는 "신흥시장에서 기술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이전을 꺼리는 등 과거의 사고방식을 갖고는 현지 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독주가 이어지자 일본 기업들은 더 다급해졌다.
오오츠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아예 기업 체질을 글로벌 체제로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그는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수시장에 연연하면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경영 방향을 국내 중심에서 세계로 확실히 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013년까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해외매출 비중을 48%에서 55%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은 자회사로 편입된 산요전기와 함께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새로 추가되는 라인업은 신흥시장 제품 전용이다. 비용 절감과 현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도 늘리기로 했다. TV 부문에서는 2012년까지 3D 비중을 70% 수준으로 늘려 신흥시장에 '3D=파나소닉'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셈이다.
소니도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습기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방수기능을 강화한 워크맨 W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신흥시장 수요가 많은 액정TV 판매 목표치는 2500만대로 지난해보다 1000만대 늘렸다. 3D용 게임 타이틀 개발 등 게임사업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도시바와 히타치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원전 수주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영업을 강화해 5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2012년까지 6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은 "신흥시장에는 선진국 제품의 염가모델보다는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LCD TV와 PC 등 40여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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