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6조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른 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회피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란, 말 그대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일을 말한다. 외국인 매도현상은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한계를 방증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우리로서는 또다른 부담을 떠앉게 됐다. 전 세계 투기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그렇잖아도 남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에 '더블 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논란이 거센 가운데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원인 중 하나로 비난받는 국제신용평가사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27일 제기됐다.
조성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날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안정성 확보를 위한 감독 개편' 국제회의에서 "규제 감독이나 잘못된 신용평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등 신용평가회사의 책임을 높이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오류는 이해상충이 야기되는 영업구조에 있다는 게 조 위원의 지적이다. 피 평가기관에서 비용을 받는 탓에 평가가 느슨해지기 쉽다는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파생상품들에 지나치게 후한 등급을 매겨 버블을 만들고 투기를 불렀다.
서구 중심주의도 문제다. 3대 신평사에서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뿐이지만 EU는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에 달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가 지난 달 한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A2→A1'으로 상향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해 강등되기 시작한 우리 신용등급이 10년만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제외한 남유럽 국가들보다 몇단계나 낮은 상태다.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잣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게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3.8%, 재정수지 적자는 4.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등급이다.
자본과 외환시장이 완전 개방(Small Open Economy)돼 있는 우리로서는 투기세력의 '치고빠지기식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최근 원화가치 변동성을 급격히 키운 것도 역외시장(NDF)에서의 환투기 세력들 때문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 예견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경제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금융시장의 혼돈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을 외환위기로 빠져들게 한 주범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투기세력의 준동을 막아야 할 국제 신평사들의 적절한 평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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