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어느 국책은행의 모럴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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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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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과연 국내 기업 중에서 직원의 초등학생 자녀에게 연간 3245만원의 학자금을 무상지원하는 곳이 있을까.

이 황당한 물음에 답을 준 곳은 수출입은행이다. 이 은행은 초등학교 학자금으로 지난해에만 18명에게 총 5억8408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사립대학교의 평균 등록금 742만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가장 비싸다는 의과대학 등록금 1004만원보다도 3배나 많다.

초ㆍ중등 교육까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무상교육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출입은행은 무슨 연유로 엄청난    규모의 학자금을 물쓰듯 할까.

수출입은행은 직원 자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학자금을 국내는 100%, 해외의 경우 90%를 보조한다. 고연봉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은행은 직원 자녀의 조기유학 비용까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소요재원이 '예산'으로 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원이 예산이란 얘기는 이 비용을 나라 세금을 통해 조달한단 의미다.

뿐만 아니라 사내기금을 통해 유치원 이하 자녀에게 월 150만원, 연간 180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만 49명의 직원이 수혜를 받았다. 중학생 자녀에는 1인당 479만원을 공급했다.

수출입은행의 이 같은 학자금 지원은 여타 금융공기업과 비교할때 단연 독보적이다.

'신의 직장' 명부 1순위에 꼽히는 산업은행은 유치원 이하,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에게만 학자금을 지원한다. 그것도 고등학생은 장애자녀에 한하며, 대학생은 순직자 자녀로 제한한다.

비용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출연하며, 지난 한해 동안 589명에게 총 9억7647만원을 공급했다. 1인당 170만원씩을 받은 셈이다.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유치원 이하와 중ㆍ고등학교까지만 회사가 도와준다. 기업은행은 3033명의 직원에게 1인당 124만원을 지원해 총 37억6197만원을 학자금으로 지출했다.

이에 비해 수출입은행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한 돈은 총 12억976만원으로 207명의 직원들에 1인당 584만원씩 돌아갔다.

지난 한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연봉 삭감은 물론 인적 구조조정, 사내복지 축소, 비품 절약까지 감수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국민의 이 같은 노력을 외면한 채 직원 복지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행태를 보인 것이다.

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누차 강조해왔다. 경영 효율화는 공기업 개혁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학자금을 물쓰듯 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행태는 공기업 경영 효율화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관계 당국에 묻고 싶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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