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정부가 8일 발표한 이란 제재 방안은 대상을 포괄적으로 넓혔지만 제재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려는 노력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이번 제재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이라는 의미다.
정부의 대이란 제재방안은 금융, 수송ㆍ여행, 에너지, 무역 등 한ㆍ이란 경제교류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발표된 유럽연합(EU) 제재안과 지난 3일 나온 일본의 대이란 제재안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는 대이란 금융거래를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것은 이란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된 자금 활용 루트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핵심 제재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관이라도 금융거래 금액이 4만 유로 이상일 경우 반드시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한편, 1만 유로 이상일 경우에도 당국에 사전신고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수송분야의 경우 선박과 항공, 화물검색을 강화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체와 개인들이 여행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에너지분야는 이란의 석유ㆍ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와 기술ㆍ금융서비스 제공, 건설 계약 등을 금지해나갈 예정이다.
또 무역분야에서는 핵무기 이외의 생화학무기와 재래식무기 등 이중용도 수출금지 품목의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란 은행의 한국 내 신규지점ㆍ자회사ㆍ사무소 개설, 국내 은행의 이란 내 신규지점ㆍ자회사ㆍ사무소 개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포괄적인 내용의 이란 제재 방침을 정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맥락은 '제재'보다는 국내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제재조치와 함께 이란 중앙은행에 개설된 원화계좌를 시중은행에 개설해 대체 결제루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대체 결제루트 활용방안은 한ㆍ이란 간 정상적인 거래에 관련한 대금결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원화로 대금을 결제하게 됨으로써 우리 수출입 기업이 환위험 부담을 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데 상당한 주안점을 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의 이란 제재방안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대이란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현실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이란과 미국의 반응이다.
이란 정부는 자국에 제재조치를 취하는 국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보복하겠다는 경고를 해왔다.
라민 메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일본이 지난 3일 이란 제재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국가 클럽에 가세하는 나라는 이란의 높은 잠재력을 활용하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의 제재방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도 변수다.
천안함 사태 등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해온 미국이 우리 정부에 강력한 수준의 제재안 마련을 내심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도 영업정지 상태에 있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데 2~3개월이나 소요될 전망이고, 제재 시행과 관련해 이란 정부와 협의도 남아있는 등 남은 절차가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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