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 사이드] 새옹지마(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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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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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를 실감할 듯 합니다.

정권 초기 갈기 갈기 찢겨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갑작스레 이 말이 떠오르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아픔으로 말하자면 예산과 세제기능 외에 다른 부처에 다 뺐겨버렸다는 상실감이 그것이었습니다.

재정부는 금융정책 기능과 산하 금융공기업은 금융위원회로, 부처이름에 '경제'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는 지식경제부에 내주고 말 그대로 패닉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부총리라는 직위마저도 없어져 경제콘트롤타워로서 자존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31 개각에서 재정부가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던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그가 오랜기간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금융정보분석원장과 재경부 1차관 등을 지내며 초고속 승진을 했던 그였지만 이런 경력이 오히려 그의 등용에 걸림돌이 돼 왔습니다. 김 위원장의 등장은 써본 사람만을 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비춰서도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따라붙게 하고 있습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도 재정부 직원들에게는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민정부부터 최근 몇십년간 공정위는 전윤철, 이남기 전 위원장을 제외하곤 관료출신이 위원장에 내정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참여정부에서도 강철규, 권오승, 현 정부들어서도 백용호 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호열 전 위원장 등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해왔습니다. 그런 자리를 관료출신이, 그것도 재정부 출신 인사가 꿰찼으니 "그러면 그렇지"라며 어깨를 들썩일 법도 합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를 바라보는 재정부 직원들의 자긍심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최틀러'라는 별명으로 관치의 대명사격인 그가 이제는 '경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실물부처의 총괄책임자를 맡게 됐으니 이게 바로 경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최 장관 내정자는 경제부처는 물론이거니와 현 정부 전체 관료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 반열에 올라 섰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3년째 유임된 윤증현 장관은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재정부 관료만큼의 적임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른바 '따거'로 불리는 윤 장관 특유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한국이 세계최고의 속도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재정부 관료들이 그동안의 아픔을 참고 견뎌내며 재기를 다져온 것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지난 1년간도 경제위기 극복에 일로 매진해 온 시간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나름대로의 해명과 반성이 설득력을 얻어 기자단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죠.

문제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좋을 때일수록 어려울 때를 생각하라는 선현의 가르침처럼 이제는 과실을 거둔 만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씨를 뿌려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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