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대럴 더피 교수가 공저로 금융규제 개혁 방안에 관한 책을 내놓았을때 그는 자신이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이사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았던 로라 타이슨 UC버클리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에 관한 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평상시 자신이 모건스탠리의 이사진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고위관료를 역임한 리처드 클래리다 컬럼비아대 교수도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자신이 세계 최대의 채권투자회사 핌코(Pimco)의 부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학이나 의학, 과학 등의 부문에서 학자들이 이런 이해상충의 문제에 직면했을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게 하는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지만 경제.금융 부문에서는 이런 규정이 별로 없어 다른 분야보다 투명성이 크게 뒤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금융회사나 은행의 이사직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정부에 대해 금융규제와 개혁에 관한 내용과 방향을 조언하고 언론 매체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자금을 받는 학자가 해당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거나 해당 업계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와 워싱턴에서 정책결정의 논의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점차 자신의 외부활동을 둘러싼 공개와 관리감독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31일 지적했다.
지난 10월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자문역이나 이사, 고문 등의 형태로 월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Job)'이 공개되기도 했고 많은 학자들이 저서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이 확산되자 미국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경제학회(AEA)는 윤리강령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학회는 내년초 덴버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서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제학자들의 윤리기준에 관한 학회의 역할'을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할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은 표면적으로는 학회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윤리상충의 문제에 대한 접근법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기되면서 논란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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