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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알라하바드의 철도역에서 노동자들이 양파 자루를 수레에 싣고 있다. 때아닌 비로 양파와 마늘이 피해를 보아 남아시아의 주요 식품 중 하나인 양파 가격이 최근 인도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다./연합 |
뒤늦게 국내 식품당국과 민간기업이 공조를 통해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씨를 없애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체 식량자원의 75%를 메이저 곡물업체 등 해외 수입에 매달려 식량안보 수준이 불안정한 우리로서는 수출국의 규제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 등 식품당국은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올해 세계 식품값 폭등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애그플레이션'이나 지난 2007년 때와 같은 '제2의 식량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빵 등 대체 먹거리의 원료로서 국내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는 밀(2억5780만t)과 콩(6억4650만t) 생산량은 오히려 각각 0.9%, 5.2% 줄어들 것으로 예고됐다. 2009년 기준(농식품부 통계) 쌀(98.0%)은 재고가 남아돌 정도로 100% 자급률을 보이는 것과 달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자급률 0.5%), 콩(8.4%), 옥수수(1.0%) 등의 공급 부족 전망은 관련산업계와 식품당국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FAO는 '12월 식량가격지수 동향'에서 올해 밀 등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22억1600만t으로 지난해보다 2.1% 줄어들지만, 수요는 22억5400만t으로 1.3% 늘어난다며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먹거리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국제 곡물 수급 부족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선제적이고 발빠른 공급처 확보가 절실하지만, 이를 해결할 단기대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aT센터와 CJ, 한진, 삼성물산, STX 등 민간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국제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도 2020년까지의 중·장기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국제곡물시장에서의 수급 불안은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이상기온 탓에 무려 10배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배추파동 때보다도 더 크고 넓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에는 중국 등 이웃 국가를 통한 긴급 수입처 확보와 농협 등의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나마 비상조치를 시행할 수 있었지만 곡물은 다르다.
밀과 옥수수, 콩 등 곡물은 기후가 맞지 않아 국내 재배면적에 한계가 있으므로 안정적인 수입처 확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추파동에서 확인했듯이 곡물의 경우에도 국제 시장의 공급량에 한계상황(마지널)이 오면 가수요가 유발돼 가격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외 가공식품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온 물가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나아가 메이저 곡물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각국이 식량안보를 이유로 경쟁적으로 벌여온 곡물 수출 규제에 대응할 적기를 자칫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곡물수급 부족의 비상시 대책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소한 두달치 정도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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