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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엔 여러 명의 ‘미다스 손’이 있다. 이 가운데 대장을 꼽으라면 이론의 여지없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오뉴월 메뚜기 튀어 오르듯 ‘강우석’ 이란 이름이 나온다. 영화계 최고의 ‘꾼’으로 손꼽기에 기자 본인조차 주저함이 없다. 이런 분의 작품을 ‘생트집’ 코너에 올리려 들다니. 강 감독님 본인이 만약 이 코너를 읽는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 여기시던가,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 기자의 치기어린 배짱쯤으로 여기실지 심히 궁금하다.
강 감독님의 신작 ‘글러브’가 어제 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상업 영화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감독님의 작품이니 ‘기본은 하겠지’란 기대감은 영화 담당 기자라면 누구나 떠올릴 생각이라 여긴다.
청각 장애우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얘기를 그린 실화가 ‘글러브’의 본바탕이다. 영화의 타이틀 카피는 ‘소리 없는 파이팅’. 진한 감동이 영화의 밑간을 책임졌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청각 장애우들의 눈물 어린 도전이 큰 맥을 잡는다.
코너의 특성상 눈꼴 시린 점을 들춰내야 한다. 강요하는 감동은 자칫 감동이 아닌 실소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감독님께서 혹시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일부 장면에선 정말 ‘오글거림’에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했다.
배우 정재영의 극중 멋들어진 대사가 이 영화를 한 줄 정리로 요약한다. 전국 고교 야구 전통의 강호 군산상고가 연습경기에서 성심 야구부를 조롱하자 김상남(정재영)은 “밟는 건 괜찮은데 일어서는 힘마저 빼앗는 건 안되잖아”라며 윽박지른다. 가슴 한 구석을 후벼 팠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물론 혼자만의 생각임을 밝힌다. 난 이 대목이 가장 멋졌다.
잠깐 비슷한 영화로 넘어가보자. 비슷할지는 모르겠다. 같은 비주류들의 도전 정신을 다룬 영화 ‘국가대표’가 떠올랐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꿈을 위해 도전이란 단어를 잃지 않는 모습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흥행은 덤이었다.
‘글러브’로 다시 돌아오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의 야구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눈으로 실감됐고, 몸으로 안타까움이 전해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며 감동이란 판단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주기엔 여유가 없었는지 쥐어짜는 대사가 ‘옥에 티’로 남았다.
0-32란 사상 초유의 연습경기 대패 뒤 군산부터 충주까지 100km가 넘는 거리를 뛰어가는 ‘글러브’ 팀에게 ‘악’ 바친 모습을 원했을까. 정재영의 일장 연설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야구부원들의 모습은 왠지 입가에 ‘썩소’를 머금게 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눈물겨운 감동 스토리가, 리듬과 박자 잃은 강약 조절로 본분을 망각한 흐트러짐의 시작은 아니었는지 안타깝다. 흘러넘치는 것보다는 조금은 모자란 듯 여운의 아쉬움도 남는다.
상남과 주원(유선)의 다소 생뚱맞은 러브라인과 상남의 매니저 철수(조진웅)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대목도 이해는 가지만, 자꾸 곁가지처럼 느껴진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가려면 경부고속도로타고 힘 있게 쭉 뻗어나가면 그만이다. 가끔씩 화장실가려 휴게소에도 들르겠지만, 국도타고 돌아가면 꼬박 하루길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목표에는 도착한다. 그 목표가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를 알고 과정을 이어간다면 정말 맥이 빠진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경기에서 결말이 눈에 선한 이유는 기자의 영화적 해석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충무로의 ‘원 펀치 쓰리 강냉이’ 강우석 감독의 감동 스토리란 대목이면 적어도 기본은 할 것이란 기대감만은 충실하다. 그래도 강우석 감독 아닌가.
강 감독님 혹시라도 기분 상하셨다면 ‘생트집’이란 코너 이름에 주목해 주십시오. 그냥 생트집입니다. 생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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