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자가 이날 회견에서 밝혔듯이 “(이번 사퇴는) 정 후보자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의 후보자 사무실에서 회견을 열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오늘 아침에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통보했다. 그 전에도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내 스스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청와대는 정 후보자에 대해 지난 10일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부적격’ 의견을 내는 등 이른바 ‘여당발(發)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조짐을 나타낸데 대해 거듭 경계의 뜻을 나타내면서 서둘러 당·청 갈등을 봉합하는데 애쓰고 있다.
아울러 오는 17, 18일로 예정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다른 두 후보자에 대해서까지 ‘검증 공세’의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날 정진성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그리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안상수 당 대표가 시내 모처에서 잇달아 긴급 회동을 가진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과의 회동에 대해 “만나자 않았다. 오보다”고 부인했다.
지난 10일 ‘정동기 비토’론을 주도했을 때에 비해선 그 강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안 대표 본인도 전날 신년회견에서도 ‘당(黨) 중심론’을 거듭 피력하며 당·청 관계 재정립을 주장한데다, 당내 개혁·소장파 의원들은 임 실장을 지난해 ‘8·8개각’에 이어 이번 ‘12·31개각’ 인사 실패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자칫 청와대에 ‘입김’에 휩쓸리는 듯한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이 대통령 직계로 꼽히는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자리다.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말 자기 자리를 걸고 직언하는 등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는지 자문하고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우려에 대해선 “정당한 일로 국민에게서 호응을 받는다면 왜 기강이 서지 않겠냐”며 거듭 ‘정도(正道) 정치’를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일체의 외부 공개일정을 잡지 않은 채 주로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머물며 참모진으로부터 정국 현안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감사원장 내정 이후 이날 사퇴에 이르기까지 정 후보자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