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끝내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12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장에 내정한지 불과 12일 만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의 후보자 사무실에서 회견을 갖고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키로 결정했다”며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 어떻든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 내정 직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력 등으로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시비가 일었으며 이후 과거 대검찰청 차장 퇴직 뒤 법무법인에 재직하면서 7개월 간 7억원(세금 포함) 가량의 급여를 받은데 따른 ‘전관예우’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대선 등을 앞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지난 10일 공개적으로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제시해 파장이 일었다.
결국 정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케 된 가장 큰 배경도 자신의 도덕성이나 자질 등에 대한 ‘흠결’보다는 본인의 문제가 당·청 갈등은 물론, 이른바 ‘인사 실패’론과 여권 내 ‘파워 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여권 안팎의 우려를 두루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단 한 사람의 (국회) 청문위원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내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소회했다.
다만 그는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한 건 재판 없이 사형선고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까지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사퇴를 촉구했다”고 지적하면서 “청문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고 정치권을 향해 ‘못 다한 말’을 쏟아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와 함께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 퇴임 이후 몸담고 있던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나타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