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예고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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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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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상황이 30년 전의 판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환율 줄다리기가 미국이 1980년대 일본과 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규모와 정도는 중국이 훨씬 크고 심해 일본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1980년대 신흥경제대국인 일본과의 경쟁에 직면했던 상황을 묘사하며 과거 겪었던 상황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당시 일본이 자국 기업에 특혜를 줘서 공정하지 못한 무역경쟁을 했으며 서구 기술을 도용한데다 외국 업체를 차별했고, 화폐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꼼수를 부렸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상대만 바뀐 똑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선봉장을 맡았던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 미 경제전략연구소(ESI) 소장은 “우리는 이같은 장면을 과거에 본 적이 있다”며 “과거 일본처럼 중국은 경제와 기술발전의 사다리를 타고 부상하고 있으며 또 일본이 했던 모든 조치들을 따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미국의 컴퓨터 및 반도체업계는 시장을 휩쓸어 버린 일제 컴퓨터와 반도체를 우려했으나 현재 미국에서 일제 컴퓨터를 쉽게 보기 힘들다고 NYT는 전했다. 또 그만큼 경제 상황이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한 만큼 일본과의 과거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중 무역정책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일본이 30년 전 미국 시장을 장악해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기술이전'을 들었다.

당시 IBM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같은 미국 반도체업체가 일본 시장에서 제품을 팔고 얻은 수익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선 일본 기업과 기술제휴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현지 공장도 세워야만 했다.

오늘날 중국 정부도 해외 업체에 기술이전과 현지 공장 건설 등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에드워드 링컨 뉴욕대 교수는 "IBM이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잉이나 GE가 현재 중국에서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며 “잠재적인 경쟁자를 돕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은 해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를 제한한 데 비해 중국은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경제특별구’를 정해 주로 남부 지역에서 외국기업들이 공장을 세우고 상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은 해외투자의 문을 더 열어 이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도 제품을 팔수 있도록 허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들어 중국 정부가 해외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술을 중국 시장에 풀라고 독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자국내 기술 강화 노력을 ‘자주혁신(indigenous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고 NYT는 덧붙였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투자 정책에서 일본보다 훨씬 머리가 좋다”며 “중국은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한 후 미국 기업을 ‘인질’로 잡아놓는다”고 전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또 위안화가 20% 이상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사들여 중국 환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이는 '전면적인 수출 보조금'이라고 지적했다.

미 산업정책 연구가들은 미국이 직면한 중국과의 갈등을 종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미국내에서 도출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고안된 정부 정책과 민간부문 전략, 장기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미국 교육 시스템의 개선 등 이 모든 것이 다 갖춰져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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