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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복지부의 ‘HT’ 육성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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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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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럼버스 프로젝트... 실체는 없고 ‘립서비스’만 난무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산업진흥원 등 국내 보건의료 및 의약과 식품분야를 아우르는 관련 정부부처가 총 출동해 26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020 보건의료(HT)산업 강국비전 및 글로벌화 전략’을 위한 ‘콜럼버스 프로젝트’ 추진방안에 대한 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세계 통신시장은 2조 달러, 자동차시장은 1조6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HT산업시장의 규모는 무려 4조7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HT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의료비의 지출 효율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며 사망률 감소, 의료비 절감 등 투자액의 2.4~3배에 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로서는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에 대한 대안은 물론 타 분야에 비해 고용 및 연관 산업에 대한 선도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HT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육성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시장에서 겨우 1.2% 수준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작은 국내시장에서 고만고만한 업체들끼리 아옹다옹하며 과당 경쟁하는 행태를 하루 빨리 전환해야 수입에 의존하고 글로벌기업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HT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때문에 이날 복지부와 식약청 등의 글로벌화를 위한 HT사업 설명회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적절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무려 200여명의 관련 업체관계자들 참석한 것만으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복지부 등의 설명회는 한마디로 ‘용두사미’였다.

부처 관계자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배경과 필요성, 가능성을 열변하고 국내 HT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을 때까지는 좋았다.

사업자선정을 위한 방법, 지원서 작성 요령, 제출기간 등을 설명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현업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원규모와 분야, 기간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순간 달궈져 있던 열기가 한 순간 식어버렸다.

우선 업체들로서는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지원금이 명확하지 않았고 선정한 기업을 2년간 지원한 뒤 심사를 거쳐 다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조차 명확하게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었다.

한 업체관계자가 “현재 인허가를 진행 중인데 프로젝트 기업으로 선정되면 여기에 대해서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지원금은 얼마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부처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컨설팅 등에 대해 소급 지원할 수는 없지만 향후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분야에 대한 정보와 연계, 일정부분에 대한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며 “현재 인허가를 위한 예산으로는 1억8000만원이 마련돼 있으며 업체당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관계자는 "현재 프로젝트를 위해 마련돼 있는 총 예산 규모는 어떻게 되며 지원 가능한 업체 수로 몇 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부처 담당자는“부처마다 담당분야별로 각각 보유한 금액이 다르지만 최대 총 3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선정 기업 숫자는 아직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부서의 가용금액을 모아도 30억원을 넘지 않는데 몇 개의 기업을 선정할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참석자들은 할말을 잊었다.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데 비임상 임상1, 임상2 등에 대해서는 지원이 되는가”라고 업체관계자가 묻자 부처관계자는 “임상지원금은 복지부 R&D지원부서에 104억원 정도가 마련돼 있지만 프로젝트 기업으로 선정된다 해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지원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업체로서는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소요되는 예산규모가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지원규모조차 명확하지 않고 그저 ‘일반기업이 하지 못하는 정부차원의 정보파악과 관계자 및 업체와의 연계 등을 지원을 하겠다’고만 하니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부처로서 사실상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행정서비스를 마치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업들에게만 제공하는 큰 특혜인 양 생색을 내는 모습에 대해 따지고 들 수는 없지만 갑갑하고 어이없다는 푸념이 속출했다.

글로벌화를 위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정부차원에서 HT산업을 육성하겠다지만 이날 정부부처의 답변에는 그 어떤 명확한 실체도 없었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또, 한미 FTA를 앞두고 전시용 정책으로 얼렁뚱땅 마련한 자리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콜럼버스 프로젝트’가 과연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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