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구제역이 잡힌 후에는 장관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8·8 개각'으로 농식품부 장관에 오른 지 6개월 20일 만의 일이다. 취임이후 '8·31 쌀 수급 긴급대책→배추파동 등 끊임없이 터지는 악재 수습에 매달려왔지만 결국 구제역 사태 장기화로 장관직을 걸어야 하는 지경까지 비화된 셈이다. 유 장관은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비치하고 끝없는 대책회의와 현장 방문으로 밤을 새웠지만 불거지는 책임론을 결국 비켜갈 순 없었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축산농가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구제역 사태가 이날로 62일째를 맞고 있지만 오히려 사태가 확산되기는 커녕 설 명절을 전후해 청정지역인 전남북과 제주마저 위협하고 있다.
유 장관은 기자회견 이튿날인 29일에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충북 음성과 진천을 찾아 방역대책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주 고위당정협의에서 발언한 '구제역'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재정부가 지난 28일 발언의 진의가 잘못전달됐다면서 해명에 나섰지만, 사태가 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윤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30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장관은 지난 27일 고위당정회의에서 한 발언과 관련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초기에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해 큰 실의에 빠져 있을 축산농민에게 적절치 못한 비유를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윤 장관은 한 지상파 방송사가 "구제역 발병 확산에 연관된 경북 안동지역 축산농 3명도 시가보상정책덕분에 보상금 150억원을 받는다"고 보도하자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일부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현재 돼지와 소 등 구제역 살처분 마릿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보상액과 방역비용액만도 1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대출받을 수 있는 1조원을 제외한 정부 예비비(일반회계 목적예비비 5000억원·일반예비비 1조2000억원)의 65%를 이미 소진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구제역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방역에 힘써야 할 경제총수의 발언으로써는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장관 발언이 전해진 이후 그의 사퇴를 전제로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영록 민주당 정책위원회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윤증현장관은 축산농가 비하망언에 대해 즉각 철회·사죄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윤 장관의 발언은 "축산농가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구제역 책임을 축산농가에게만 전가하여 축산농가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고 강력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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