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실업의 노예’ 엘리트 법조 범죄자
2.로펌이냐, 단독개업이냐 갈림길에 서다
3.무한경쟁 시대, 그러나 블루오션 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100% 취업 신화를 이어오던 법조계가 실업률 40%대에 접어드는 등 ‘철밥통’ 시대가 끝나고 있다. 사법연수원생은 물론, 정원대비 75%에 변호사 자격을 주는 로스쿨 수료생 등이 법조 신규채용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무한 생존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법조엘리트들의 실업은 범죄자로의 전락, 폐업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후폭풍을 낳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변화하는 법조사회의 취업구조를 심층 진단하고, 법조엘리트들의 신규시장 개척 등 법조사회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50%가량을 흡수하는 변호사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변호사 폐업자 수가 지난해 1000명을 넘으면서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불자’ 변호사들은 중소기업으로 적을 옮겨 ‘로비 창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대형로펌의 경우 그나마 노후가 보장된다. 그러나 이들의 채용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오는 7월1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법률시장 개방되면 외국계 로펌이 국내로 침투한다. 로펌계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로펌과 단독개업의 갈림길에 선 예비변호사들의 선택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변호사 시장 포화...휴업자 1천명 시대
변호사 시장의 포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전국 개업 변호사 수는 1만1000명이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자 170여명이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신규 법조인은 최소 2500여명으로 예상된다. 연초에 검사.법관으로 200여명 정도가 빠져나가면 2300여명이 변호사 시장 등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같은 시장의 포화는 변호사의 폐업을 불러오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하는 변호사가 1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2000년 휴업자는 222명 수준과 비교할 때 5배나 늘어난 것이다.
변호사의 70%가 집중돼 있는 서울에서 변호사 1명당 월평균 수임사건은 2008년 2.5건에서 2009년 1.9건으로 줄었다. 변호사 노릇 하기 힘든 상황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로펌은 그런대로 안정적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내 최대 로펌 규모는 김앤장(380명), 태평양(228명), 광장(227명), 세종(219명) 등 소수의 변호사만 구제하고 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외국계 대형 로펌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팽배하다. 로펌이나 단독개업을 예비 법조인이 선뜻 선택하기 힘든 실정이다.
◇폐업 변호사, 중소기업 '영업 로비창구'로
휴업하거나 폐업한 변호사들은 중소기업 등으로 옮겨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법조 인맥을 이용한 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동에 개인사무실을 열었던 이모(37) 변호사는 개업 5년만에 사무실을 접고 모 형광등 등 조명기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옮겼다. 그가 갚아야 할 채무액은 1억7000여만원.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장 등의 임금을 충당하느라 한달 지출은 100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수임 사건은 많아야 2건으로 수입이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분쟁과 관련 없는 파산 신청 같은 개인 사건을 떠맡으면 건당 100만원 수준이어서 서초동 사무실 유지 조차 어렵다”며 “법조인맥을 팔아 영업해야 하는 처지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앤장 소속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생계문제로 보다 안정적인 정부의 행정공무원로 많이 진출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 등으로도 가고 있다”며 “그러나 영업실적을 내지 못해 기업에서 퇴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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