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기업가들은 지금 경제발전의 최대 공헌자로 대우받고 있지만 지난 1980년대초만 해도 쫓기고 핍박받고, 심지어 붙잡혀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 ‘불순 계급’이었다. 이를 감안할때 사영기업가들에게 당원가입을 허용한 공산당의 당시 조치는 매우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장쩌민의 후임인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은 지난 17대 전대회에서 ‘과학적 발전관’을 집중 강조한 이래 기회있을 때 마다 종교문제를 당의 현안을 논의하는데 있어 핵심 의제로 끌어들이곤 했다.
“무조건 종교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종교는 사회주의 건설에 있어 협력자이자 아주 훌륭한 원군이 될수 있다.” 과학적 발전관의 눈으로 본 후진타오 주석의 종교관이다.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은 2000년대 중반 간부회의에서 전환기 중국의 새 종교정책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후 주석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 직면한 종교 정책에 대한 정확한 통찰이 필요하다며 종교계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함께 샤오캉(小康•잘사는 단계)사회 건설에 매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지도부의 이런 발언과 인식은 그 자체가 공산당의 종교관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중국 공산당의 목표인 허셰(和諧 조화)와 샤오캉 사회를 실현해 나가는데 있어 비록 당과 대척점에 있는 종교라 하더라도 그 집단이 가진 자원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은 새로운 역사조건 아래서 객관적 존재로서의 종교라는 실체를 인정해야하며 종교계가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각 종파와 약 1억명에 이르는 종교인들을 사회주의 건설 대오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한번은 동북 랴오닝성에서 우리기업인들과 함께 성 정부 공무원들을 만나 외자기업의 중국진출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그곳 중국 공무원들은 선양 등에 투자하는 서방 기업들을 위해 교회당 부지까지 무상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참석자 가운데 마침 기독교 신자였던 우리 기업인은 중국 당국자의 제의에 무척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즉석에서 투자의지를 밝혔다.
마약이나 눈엣 가시라는 관점을 바꿔 종교계로부터 애국애족의 열정과 중국굴기의 동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공산당의 이런 태도 변화는 사영기업 입당 허용에 이은 또하나의 실용주의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자본가에 문호를 개방한 중국 공산당이 이제는 ‘종교’에까지 손을 내밀어 함께 풍요로운 샤오캉 사회를 건설해 나가자고 청하고 있다. 플로레타리아 인민독재의 중국 공산당이 종교까지 끌어안고 한없이 체제의 외연을 확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포식성 강한 공룡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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