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애플이 ‘아이패드2’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국내 전자기업들의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선전이 국내 전자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 등은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먼저 부품업체들에게는 애플의 선전이 큰 기회다. 애플은 스마트 기기들의 주요 부품을 국내 업체들에게서 공급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및 메모리반도체, 리튬이온 배터리는 물론 모바일AP 공급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삼성SDI·LG화학·하이닉스 등 굵직한 국내업체들 모두 애플과의 공급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애플로 인해 스마트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완성제품 업체는 물론 HP·델·모토로라 등 주요 전자기업들이 스마트 기기들을 대거 내놓으면서 이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의 매출은 더욱 증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도 애플발 스마트 혁명의 여파가 컸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간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던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휴대폰·노트PC 제조기업들에게도 애플의 부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휴대폰 시장은 애플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시대로 빠르게 전환했다.
스마트폰은 기존 엔트리급 휴대폰은 물론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서도 판매단가가 높다. 새로운 시장을 통해 휴대폰 기업들의 판매단가가 높아지고 이는 고스란히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블릿PC 역시 그간 성장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이패드 출시 이후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을 출시하며 빠르게 대응했다. 휴대폰 및 PC 업체들 역시 올해 초를 전후해 빠르게 태블릿PC를 내놓으며 새로운 시장 성장에 발을 맞추고 있다.
사실상 애플이 전체적으로 성장세가 높지않던 전자시장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돌파구를 연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등 아이폰 대항마를 내놓으며 빠르게 회복을 거듭했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 시장에서 크게 뒤처지며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태블릿PC 세상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공을 들였던 넷북 시장이 침체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밖에 모바일 OS 시장 역시 기존 휴대폰 제조사들이 주도했지만 이젠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 업체에 넘어갔다. 이들과의 공조를 꾀하면서 동시에 이들에 종속되지 않는 OS 발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OS인 ‘바다’(웨이브)가 해외를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업체 고위 관계자는 “애플에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이미 대세인 만큼 이에 대한 단기적인 손익을 따지는건 무의미하다”며 “지금은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힘으로 모아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해야 하며 선의의 경쟁이 지속되면 애플 뿐 아니라 후발 기업들도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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