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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도윤희가 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알수없는 신호를 전시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식스센스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가령 이런식이다. 동굴동굴 군데 군데 모여있어 포도송이 같기도 하고, 곰팡이 같기도한 작품을 두고 그는 "오후 햇살에 산란된 먼지를 그린 것”이라며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는 제목을 달았다.
“정지된 오후, 떠있는 시간을 포착했지요. 무심코 허공을 봤는데 햇빛속에서 먼지들이 반짝이는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환하고 강렬한 빛 때문에 주변을 다시봤을때 오히려 깜깜해지는 것, 그때 느낌을 담은 거예요.”
색연필로 그린 ‘Being’작품에 대해 묻자, 그는 “화성에 수풀이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까?하고 그린것”이라고 했다. 4차원,독특한 사고의 작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양화가 도윤희(50). 삶의 양면중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런 일상적인 순간, 무심코 지나쳤던 존재들을 깊이 있게 포착해낸다.
여백이 많은 추상화 작품은 “이게 뭘까?” 난해하면서도 수수께끼처럼 궁금하다.
23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여는 도윤희의 개인전 ‘Unknow Signal’은 전시 제목처럼 그야말로 ‘알수 없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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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먼지.2010 |
‘꿀과 먼지’라는 작품은 식물의 뿌리가 박제된 것 같은 이미지로 보이지만 실은 ‘꿀병에 달라붙은 먼지’를 담아냈다. ‘먼지 그림자’도 마찬가지다.
“꿀병을 열어놓은면 먼지가 빨리 붙어요. 먼지는 어떻게 보면, 숨어있는 마이너리티 같은 존재잖아요. 존재하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양면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어떤 현상이던지 존속하는 기간을 들여다보면 이면에 또다른 이미지가 있거던요. 현상뒤의 숨겨진 또다른 인식을 찾아낸 이야기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보이는대로만 보면 재미가 없다. ‘살아있는 얼음’ ‘백색어둠’ ‘읽을수 없는 문장’등 싯구 같은 제목은 작품을 이해하는 해석 장치다. 보이는 것에 대립하고 있는 것, 세상의 변경너머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까지 잡아내 감상자의 감성을 툭 건드린다.
작가는 "글로 더 이상 표현할수 없어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더 이상 그릴수 없어 글로 쓴다"고 했다.
전시장 2층에 걸린 ‘읽을 수 없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눈으로 보듯이 입으로 말할 수 없다”며 “그린다는 것은 침묵을 지키며 말하는 방식이다. 단어가 없는 언어다. 손의 감각을 이용하는 글쓰기다”라고 했다.
마치 책의 문장을 뽑아쓰듯 말하는 그는 알 듯 말 듯 모호하면서도 신비로운 작품을 닮았다.
작품은 유리액자를 안해도 될 만큼 매끈하고 단단하다. 연필로 60번 이상 점을 찍고 또 찍어 이미지를 만든후 그 위에 바니쉬로 마감한다. 단박에 나오는 공정이 아니다. 한두 달이면 20다스들이 연필 4800자루를 소진하고, 칠하고 또 칠한 바니쉬는 170여번의 반복을 더했다.
“노동이라고 생각안해봤어요. 제게 작업은 단순한 소진이 아닙니다. 그거 아시나요? 몸은 힘든데 힘들지 않은것, 작업을 끝내면 기쁨이 더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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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 없는 문장.2010~2011 |
작가는 세계 최고의 화랑으로 인정받는 스의스의 바이엘러 갤러리에서 2007년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2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작품의 주요 모티브는 시간과 생명, 인간의 본질과 그 근원에 대한 탐구다.
직감으로 느낀 작가 특유의 은유적 감성이 풍부하게 담겨 천천히 음미하듯 보아야 진가를 발휘한다. 복잡한구조와 달리 작품은 ‘식물 같은 순함’이 빛난다.
“그림은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과 공포, 취약한 미래를 현재의 집중으로 바꾸는 작업이에요. 세상과 화해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세계와 나 자신과 더 좋은 관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작업을 계속해갈 겁니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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