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산방법과 상품개발과 같은 기술 혁신에 앞장서는 기업가의 도전적인 정신이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표는 1977년 72.3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80년대와 90년대부터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20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겨우 5.0 안팎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지표는 사업체 수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율, 민간연구개발비 증가율을 모두 합해 평균을 낸 수치다.
또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4년 기업임원 17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신사업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위축됐다고 꼽았다. 이어 투자분야(66%), 창업분야(62%) 순이었으며 반면 해외진출 분야는 응답자의 56%가 기업가정신이 활발하다고 답했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성공사례는 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Intel)’은 1968년 설립 당시 주문형 반도체를 생산하던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으나 1971년 컴퓨터 능력을 작은 반도체에 집약한 마이크로프로세서(4004)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인텔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빠졌던 2008~2009년에도 생산시설 통폐합, 아웃소싱 확대 등으로 경비를 절감했다. 또 프로세서와 의료 등 중핵사업과 기업브랜드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규모 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며 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22나노(nm) 공정기술 기반의 워킹칩과 실리콘 웨이퍼를 개발했으며 지난해도 최초로 실리콘 기반의 데이터 광접속 제품을 내놓았다. 올해는 32나노 공정기술 기반으로 차세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업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인 114억60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순이익은 33억9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였다.
최근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애플(Apple)’도 설립 이후 꾸준한 기술개발로 명성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윈도우 7을 출시한 후 휴대기기, 검색엔진 및 게임기기 등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따라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급속도로 성장해 벤처 붐까지 일었다.
2003년 후반부터 거품이 꺼졌다가 최근 IT와 친환경 사업 등이 성장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모델로 재조명받고 있다. 기술혁신형기업, 신성장동력기업 등 의미가 비슷한 기업들도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등록된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 5992개다. 매출액은 10억~50억원 미만이 9364개(36.03%)로 가장 많았으며 5000만원 미만의 매출액을 내는 기업이 5103개(19.63%)로 뒤를 이었다.
협회는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은 지난해 총 242개로 2009년(202개)에 비해 19.8% 늘었다"며 내실이 탄탄한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1998년 벤처기업의 고용인원은 7만5000명에서 2005년 33만9000명으로 연평균 23.9%가 증가했지만, 대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220만5000명에서 145만명으로 오히려 5.8%가 감소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교수는 “한국은 이미 범용화된 기술에 노동과 자본을 양적으로 투입해 성장한 전형적인 ‘동아시아 발전모델’에 속한다”며 “이제 선진국 따라잡기는 한계에 다다랐으므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발굴 등으로 새로운 성공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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