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8거래일 동안 역외 투기 세력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외환당국이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환율 급락이 역외 시장참가자들의 투기 거래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물환 거래 라이센스를 가진 외국환은행(시중은행·외국계은행)을 대상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의 현황과 상대방, 거래목적 등을 점검해 투기성 환거래에 따른 환율 등락폭을 제한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발표를 두고 당국이 단기적으로는 1080원선 수성,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변동폭 제한을 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은행 선임딜러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실질적인 액션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이 1080원을 지켰고 달러 매도 속도도 처지고 있다"며 "당국 개입의 경계감이 나타나며 속도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지난해 10~11월의 1차 특별 공동검사 이후의 시장 상황을 재점검하려는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은 이미 본격적인 시장개입 착수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당국이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인 오전 8시30분께 예정에 없던 점검 계획을 발표한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역외시장에서 원화값은 1083.25원까지 밀려 장중 환율이 1070원대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정부가 외국환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 축소키로 이미 내부 방침을 세운 점도 시장의 긴장을 높이는 요소다.
당국은 이번 외환공동검사를 통해 은행권의 선물환 포지션 실태를 점검하고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250%에서 조금 더 축소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경계감이 커지긴 했지만 현재의 환율하락 기조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환시장 참여자는 "환율이 5~10원 단위로 지지선을 형성하며 2차 심리적 지지선인 1050~1060원선까지는 내려갈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 회수 조치가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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