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제소는 기업간에는 흔한 일이다. 월풀은 삼성과 LG 냉장고의 덤핑율이 한국산은 34∼62%, 멕시코산은 27∼183%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월풀사의 제소장에 삼성·LG 등 가전기업에 '상계가능(countervailable)한 보조금을 주었다고 적시한 것은 우리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미국측이 가전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동시에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월풀사의 제소장만으로는 당장 미국 정부의 상계관세 형태의 보복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차분히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단 이달 말부터 내달 중순까지 우리측에 송부될 미 상무부측의 질문서를 받아보기 전까지도 필요하다면 업계측과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단 현재로서는 반덤핑 부과 및 상계관세 부과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다. 미 상무부가 당초 월풀사가 제소한 3개항 가운데 2개항에 대해서는 기각했기 때문에 최종 판정전까지 보조금 지급이 없었다는 소명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월풀사는 상계관세 관련 주요 주장을 통해 ▲'최근 금융위기 시 시행된 한국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삼성·LG에 보조금으로 작용' ▲'재벌과 거래하는 부품업체들에게도 한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이 있었으며 삼성과 LG는 부품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체들의 보조금을 승계' 했다고 거론했지만, 상무부는 이를 기각했다.
상무부는 월풀사의 3개항 제소 가운데 '상계 가능한 보조금(Countervailable Subsidy) 지원' 항목만을 채택,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해당 항목에는 ▲수출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무역보험공사:부당한 금융지원 확대 및 낮은 금리 혜택 ▲지자체들의 생산시설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 지급 ▲신성장동력, 에너지절약시설 등 정부의 특정분야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 상무부의 조사개시에 적극 대응키로 한 것은 월풀사의 제소내용에 '신성장동력' 정책을 언급한 부분이다.
이날 관계부처 및 기업·유관기관이 참여한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주재한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신성장동력정책을 미측이 조사하고 상계보조금으로 판명하면 정부 정책이 어려워지게 된다"며 "이를 전제한다면 유사한 정책을 가진 미국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실장은 다만 "만에 하나 이대로 판정된다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신성장동력이라는 포괄적인 정책을 문제삼게 될 경우 이번 사례 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정부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운용에 상당한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소장에 언급된 지자체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오래전 시점을 근거로 하고 있어 상무부 조사에서 인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난 1986년 칼라TV 브라운관 제소 이후 가전분야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미국 기업의 제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국내 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측의 반덤핑 및 보조금 조사는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상무부 측의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우리 정부는 미 상무부가 4월말이나 5월중에 '보조금' 관련 질의서를 보내게 되면 이에 따라 법적, 제도적 소명자료를 송부하게 된다. 미 정부는 이를 근거로 6월23일까지 '보조금율 예비판정'을 내리고, 7월 중 현지실사를 거쳐 오는 9월6일까지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된다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반덤핑 조사를 담당하게 되는 ITC는 제소일자로부터 45일째인 내달 16일까지 산업피해(반덤핑) 예비판정, 10월22일까지 최종판정을 내리게 된다.
조 석 실장은 "향후 미 상무부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 작성 및 실사 대응 등 상계관세 조사에 대해서 TF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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