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만 잘해선 기업생존 어렵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4-21 19: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 특허출허 건수 세계 4위지만 권리화 미흡 <br/> - 외국기업 잇단 태클…정부 정책지원 절실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삼성·애플간 법적 공방을 계기로 ‘특허 경영’이 우리 기업의 새로운 경영 모토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사간 분쟁이 IT· 조선· 자동차 분야 등 국내 첨단 기업에 특허 경영을 주문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이용해 국내외에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해 상당한 규모의 특허료 수입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간 기술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제조만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제조는 어디서 하든 고유의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특허 출허 건수 세계 4위로 양적인 면에서 세계 톱 수준이지만 특허권리화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외국 기업과 특허소송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소니는 자사 LCD TV와 모니터에 사용된 8가지 특허를 침해했다며 LG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는 지난해에도 LG를 상대로 휴대폰 침해 소송을 냈다. LG 전자는 유사한 제소로 맞불 대응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월풀은 LG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미 법원은 월풀의 손을 들어 줬다.
LG전자는 178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삼성전자와 램버스 간의 반도체 기술 특허권 분쟁도 짚어 볼만 하다.

대표적 반도체 기술업체인 램버스는 2005년 6월 삼성전자가 계약을 하지 않은 자사의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했다. 이에 삼성은 맞소송을 제기, 5년 가까이 지루한 법적 공방이 진행됐다.

그러다가 삼성은 지난해 1월 램버스와 특허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삼성이 백기를 든 것.

여기서 삼성과 애플의 싸움도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애플의 의도는 모호하다. 일단 갤럭시S. 갤럭시탭 등으로 무섭게 추격하는 삼성전자에 스마트 기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견제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 등이 채택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저지하려는 고도의 노이즈 마켓팅이거나 연간 80억달러를 구매하는 삼성전지 부품의 단가 인하 또는 수입선 교체를 위한 사전 포석일수도 있다.

이를 두고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자에서 애플의 '도박'으로 평가한다.

애플의 본심이 어떠하든 패자는 막대한 금전적 보상 피해 보상과 회사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신중하고 개관적인 자료를 통해 떳떳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매출의 4%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라 해서 순순히 대응한다면 애플의 흠집내기 전략에 말려 들 수 있다.

애플은 이미 노키아. HTC. 모토로라 등과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카피캣(Copycat, 모방꾼)'으로 폄하한 바 있다.

오히려 애플의 기술적 허점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통통신 관련 기술 등 미국 내 특허 등록 건수가 IBM에 이어 두번째로 많는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시장 주도자로서 역할을 확고히 해, 애플의 꼼수에 말려 들려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연구위원은 “외국 기업에 당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평소에 특허 경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먹히느냐의 글로벌 주도권 싸움은 특허가 좌우한다는 산업 특성계 특성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었다.

기업의 특허 경영을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우선 당장, 특허 소송을 전담하면서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뜯는 이른 바 '특허괴물'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물론 통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선에서 정부의 세밀한 정책 판단이 필요하는 지적이 있다.

특허청이 21일 삼성SDS 컨소시엄과 ‘3세대 특허넷’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한 것도 기업의 특허 경영에 적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넷은 특허ㆍ실용신안ㆍ상표ㆍ디자인에 대한 출원, 심사, 등록 등의 특허행정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으로 1999년 처음 개통됐다. 2005년에는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2세대 특허넷’을 선보였다.

3세대 특허넷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출원, 심사환경’ 구축을 목표로 2012년까지 220억원이 투입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