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지난 19일 농협중앙회 2차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농협에서는 최근 전산장애 피해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각종 사은행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오는 28일부터 5월8일까지 하나로마트 등 농협판매장에서 농협카드로 결제한 고객에게 안심계란 15개씩을 증정하겠다는 이벤트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계란 확보 수량이 모자라 행사 시행 전에 증정 개수가 10개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가 이 같이 대답한 것이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피해보상과 수습에 있어 농협이 눈앞의 장애물만 피해가기에 급급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산사고에 따른 피해를 이벤트로 희석시키려는 농협의 태도도 문제려니와 사은행사 시행 전부터 말썽이 생겨 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농협이 진행하고 있는 피해보상은 대부분 수수료나 연체이자 등 소규모 직접피해 중심이며 주식 거래나 정신적 피해 등 2차, 3차 간접피해는 자체적으로 검증한 후 보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대부분 금전적인 손실과 함께 겪은 간접피해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A씨는 "생활비와 학교 행사 참가비 등이 묶여 타국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온라인 광고 등의 서비스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농협만 거래하는데 온라인수수료 결제가 안돼 매출 신청이 들어온 것을 다 취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농협은 자체적으로 꾸린 피해보상위원회에서만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있을 뿐 소비자나 피해자 대표는 위원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일정한 기준에 따른 검증 시스템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나로마트 품목 할인행사, 수수료 면제 등은 사실 피해보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농협이 이번 피해 수습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피해 보상은 소비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신속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농협 전산장애 피해 카페에 접속하면 첫 화면 상단에 이런 문구가 있다. "농협은 아직 고객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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