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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도 트럼프 때문에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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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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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질적인 문제 제기 능력 부족"<br/>오바마, 출생증명 원본 결국 공개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결국 자신의 출생 증명서 원본을 공개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 대통령 출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동안 끈질기게 이를 문제삼았던 '버서(birther)'를 대표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예정자는 쾌재를 불렀다.

트럼프는 "난 오늘 매우 자랑스럽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내가 해냈다. 이제 우리는 석유 가격, 중국 등 더 중요한 이슈들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약 3주 내로 자신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보통 야당의 끈질긴 정치 공세를 못이겨 여당이 물러서면 대단한 승리로 여겨지나, 지금 공화당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트럼프가 이번 일로 당 내의 골치덩어리로 급부상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공화당 일각에서 "과연 트럼프가 '버서' 이슈를 벗어나 다른 더 본질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오바마가 출생 증명을 공개하기 직전에 트럼프가 제기한 또 다른 이슈는 "오바마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올 자격이 없다. 성적을 공개해라"는 것이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데이비드 윈스턴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적법성 자체를 문제 삼았는데, 근거가 없는 문제 제기였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공격"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공화당 상층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유권자로부터 반격당할 수 있는 일로 판단했다.

윈스턴은 "오, 이제 출생 문제는 해결됐으니 다른 이슈로 넘어가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트럼프의 효용 가치는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재벌로서 '견습생(apprentice)'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그의 연예인 같은 이미지가 공화당 내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 열기가 대선으로 이어지면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됐든 오바마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지난 2004년 민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까지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거침없는 말 솜씨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는 비교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는 결국 존 케리 상원의원이 최종 승리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말을 뱉어내고 어떤 문제제기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을 비웃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생 증명서를 공개하면서 "전쟁을 치루고 있고 연방 정부 채무가 심각하고 또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 나라가 우스운 이슈에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 버서 운동가들은 오바마가 트럼프가 제기한 것처럼 수준 낮은 문제 제기에 계속 끌려 다니면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함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증명서 공개에도 "눈으로 직접 봐야 믿겠다. 가짜일 수 있다"며 의심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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