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진정한 후원과 예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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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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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일찍이 문화예술의 힘을 인정한 기업들은 예술을 후원하거나 예술상품을 기획하는 부서를 조직 내에 두고 운영하면서부터 기업 이미지와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이들 기업은 사회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어 기업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소비자의 충성심을 덤으로 챙길 수도 있었다. 

문화예술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를 돈독하게 형성시켜주는 도구로서 기업으로부터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술이 제품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가꿔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기업의 존재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데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향유욕구가 증폭되었고,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무와 당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품과는 별도로 고객에게 문화예술상품을 경쟁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예술시장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 구매력은 기업을 중세 예술시장의 귀족과 같은 존재로 부각시켰다. 결국 기업의 도움 없이 문화상품을 기획·생산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1980년대까지 기업의 예술에 대한 지원은 무조건적인 지원인 '필랜스로피'라는 개념으로 실천되어 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마케팅이라는 개념은 기업의 경영활동은 반드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예술에 대한 지원을 투자라는 개념으로 전환시킨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시장에 유입되는 기업자본을 증폭시켜 예술계에 풍요로움을 선사해주기도 했지만,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인해 예술의 독립성에 적지 않은 영향도 주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예술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기업이 후원하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나 단체의 내한공연 티켓을 일반관객에게는 아예 팔지도 않거나 극히 제한된 좌석만을 판매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한다. 어떤 공연은 아예 기업 행사만을 목적으로 기획되기도 한다. 이때 인터넷에 올라온 공연 일정표를 보고 찾아온 관객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본래 기업이 예술을 후원하는 큰 목적은 사회공헌적인 의미가 크다. 관객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 교육적 가치를 증진시키거나, 관객과 예술이 쾌적하게 만날 수 있도록 공공자산인 아트센터를 조성하는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이자 모범적인 방식이다.

이때 사회의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관객들은 예술현장에서 서로 만나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불식시켜고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와 국민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에도 크게 공헌하게 되며, 기업은 사회로부터 새로운 고객과 경쟁력 있는 우수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국민으로부터의 존경도 기업의 차지가 돼 기업은 결국 막대한 이익을 사회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예술계는 자본을 공급해주는 기업과 다양한 스위트 스팟들을 공유해 왔다. 하지만 그 달콤함 때문에 예술의 본질과 존엄성은 많은 변화와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 기업의 이기적인 예술 지원방식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나눔보다는 자사 고객 중심의 행사로 고착화됨에 따라 예술상품이 기업의 사은품이나 경품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본질은 소통을 통한 존중, 이해를 통한 나눔이다. 18세기 시민혁명 전후의 극장 모습은 무척이나 달랐다고 한다. 시민혁명 이전에는 왕족이나 귀족만을 위한 공간이었을 것이고, 이후에는 대중도 이용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의 아트센터들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건립된 지극히 민주적인 공간이다. 나눔과 존중의 공간에서 예술이주는 감동을 즐기고자 한다면 예술의 본질과 교훈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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