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전시회장의 천덕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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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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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월드 IT 쇼(WIS) 2011’ 전시회장. 삼성전자 부스 앞에 인파가 모였다.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75인치 LED TV를 보기 위해서다.

관람객들이 진열대 위에 오르는 순간 안내 도우미가 막아서며 말했다.

“VIP분들이 곧 오시기로 돼 있어서요, 좀 비켜주세요”

관람객들은 민망한 듯 구석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곧 수십명의 행사 도우미들이 전시 부스 앞에 도열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주최측 인사들이 전시 부스에 들어섰다. VIP들이 머무르는 동안 일반 관람객들은 부스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엔 LG전자 전시 부스. 남자 고등학생들이 3D 안경을 끼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3D 입체영상으로 즐기니 더욱 박진감 넘친다. 하지만 이들의 즐거운 시간도 오래 가지 못했다.

“VIP 안내해야 하거든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한국 산업계는 전시회 열풍이다. 업계마다 박람회, 전시회가 한 해에만 수십개씩 열린다. 그때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산업 전시회 VIP 응대는 중요하다. 기업의 이미지 차원에서도 그렇고, 해외 바이어의 경우, 사람 한 명이 아니라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되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제품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홀대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되레 일반인 관람객들이야 말로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고려하는 잠재 고객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큰 부스를 마련하기 위해 경쟁하고, 더 많은 관람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애쓴다. VIP 대상 홍보가 중요하다면 VIP용 전시회를 따로 열면 될 일이지, 일반 관람객들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해야 할까.

이날 전시회장에는 오전에만 세 차례 VIP 관람이 이뤄졌다. 그때마다 일반 관람객들은 본의 아닌 VIP 영접(?)으로 몸살을 앓았다. VIP가 아니라 천덕꾸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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