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KAIST 개교 제4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 축사를 통해 “21세기 융합의 시대에 과학벨트는 개방과 융합의 전초기지로서 우리나라는 물론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꿈의 벨트’가 돼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정부의 과학벨트 입지선정 결과 발표를 두고 그간 과학벨트 유치 경쟁을 벌여왔던 광주와 대구·경북권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날 과학벨트 거점지구는 대전 대덕 R&D특구를, 기능지구는 인접한 청원(오송·오창), 연기(세종시), 천안 등을 입지로 선정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대신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50개 연구단 가운데 절반가량은 원칙대로 거점지구에 두되, 나머지는 최종 5개 후보지에 들었다가 탈락한 광주·경북권(대구, 포항, 울산)에 배치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광주·경북권 출신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정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과학계 인사들마저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연구단의 분산 배치는 정치 논리에 따른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최고의 과학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최선책을 내놨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자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른 참모도 “과학벨트 입지는 과학한국의 미래를 보고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특정 지역에 혜택을 준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도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서도 “과학벨트는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KAIST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의 구심점이 돼왔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선진 1류 국가로 만드는 ‘꿈과 상상력의 발전소’가 돼야 한다”며 “불가능에 맞선 40년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최근의 시련을 극복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최근의 시련’은 앞서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KAIST의 학사운영 문제와 서남표 총장의 거취 논란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이 대통령이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줘 감사하다”고 사의를 전한 뒤,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KAIST의 역할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의 KAIST 방문은 지난 2008년 ‘학생과의 대화’, 2009년 학위수여식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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